양당제 익숙한 유권자들 이번엔 ‘헝 의회’ 허용 추세
보수당 지지율 막판 상승 속 오늘 오전6시 출구조사 발표
블루스(Blues·보수당)의 13년 만의 정권 탈환이냐, 레즈(Reds·노동당)의 4기 연속 집권이냐, 아니면 연정파트너로서 옐로스(Yellows·자민당)의 부상이냐.
6일 영국 유권자들은 선거가 끝나도 ‘총리를 배출할 정당이 어디인지 분명하지 않은 의회(Hung Parliament)’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투표소로 향했다.
양당제에 익숙한 영국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정부 구성을 주도할 정당이 어디인지 불분명한 의회를 불안하게 여겨 헝(hung)이라는 부정적 수식어를 붙여 표현하고 이를 기피한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런 의회를 허용할 정도로 표가 많이 엇갈렸다.
이날 아침 일찍 런던 의회건물 인근 메소디스트 센트럴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나오던 이언 아널드 씨(56)는 “1974년의 의회(집권당이 과반에 실패)를 재현하고 싶지 않아 보수당을 지지했다”며 “강한 정부만이 영국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이곳에서 투표하고 돌아가던 아치 블랜드 씨(26)는 “자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보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자민당의 영향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생각에 자민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마침 인디펜던트 기자이기도 한 블랜드 씨에게 ‘헝’이라는 말로 영국인이 떠올리는 이미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옛말에 여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저기에 있는 것도 아닐 때 헝이라고 한다(It's not here. It's not there. It's hung)”고 말했다. 직접 투표도 하고 투표소 안내도 맡던 50대 여성 테오 맥니시 씨는 “과거와 변함없이 노동당을 찍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지지하는 정당이 달랐지만 하나같이 ‘승자가 분명하지 않은 의회’가 나타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6일 투표일 당일 아침 현지 신문들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히 보수당이 제1당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타임스 등 보수당 지지 신문뿐 아니라 가디언과 같은 반(反)보수당 신문들도 마찬가지였다. 타임스의 의뢰로 포풀루스가 실시한 조사는 보수당 37%, 노동당 28%, 자민당 27%를 나타냈다. 가디언의 의뢰로 ICM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보수당 36%, 노동당 28%, 자민당 26%였다. 보수당이 모두 전날에 비해 지지율이 1, 2%포인트 상승했다. 승자가 불분명한 의회에 대한 우려가 부동층 사이에서 1위 확률이 높은 보수당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가디언은 여론조사에 기초해 일단 보수당 283석, 노동당 253석, 자민당 81석을 예상하면서 부동층 사이에서 보수당 지지율이 높아 보수당이 300석까지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보수당은 과반 의석을 얻지는 못하겠지만 북아일랜드 유니어니스트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자민당과 연정을 구성하지 않고도 집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소수 정부는 영국 정치사에서 아주 희귀한 경우에 속한다.
노골적인 편집으로 유명한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의 1면도 눈길을 끌었다. 자민당 지지를 선언한 미러는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의 사진을 싣고 ‘총리? 정말?’이라는 제목을 달고 귀족 집안 출신인 캐머런 당수의 특권적 배경을 부각시켰다. 반면 보수당 지지를 선언한 선은 캐머런 당수의 얼굴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겹쳐놓고 ‘희망’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투표는 오후 10시(한국 시간 7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되고 투표 종료 직후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축구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은 이날만큼은 펍의 TV 스크린에서 축구보다는 선거를 택했다. 밤늦게까지 맥주잔을 기울이며 선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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