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전작권 전환작업 어디까지 왔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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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진척” “핵심전력 빠진 수치”

軍 미묘한 태도 변화
“자신 있다”→“최선 다할뿐”
국방비도 예상만큼 안 늘어

늦추면 비용 더 드나

무기 추가구매도 늦춰져
한국 부담액 줄어들수도


군 당국은 2012년 4월 17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일이 확정된 2007년 이후 ‘한국 주도-미국 지원’이라는 작전수행에 대비해 왔다. 합참은 지난해 11월 군 원로 70여 명에게 비공개 정책설명회를 열어 “전작권 전환작업이 65% 진척됐다”고 설명했다. 이례적으로 수치까지 공개해가며 전작권 전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한미 양국 군은 지난해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실시했다. 전작권 전환 이후를 가정한 연합훈련으로, 지난해에는 한국군의 초기대응 능력을 300개 평가항목으로 설정해 놓고 점검했다. 합참이 인용한 65%는 이 훈련의 결과 한미 양국이 내린 목표 달성치였다.

군 관계자는 21일 “65% 진척도는 실제 상황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300개의 기본 운용능력 가운데 기준을 충족시킨 목표치를 단순 비율로 합산했다는 것이다. 결국 수행이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고난도의 목표치 달성은 2년여 동안에는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군은 “독자적 작전능력 준비에 자신 있다”는 자세였다. 매년 UFG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고 한미 연합작전을 위한 각종 예규 작성을 준비해 왔다. 그러나 올 들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군 당국은 한국군의 독자적 방위역량을 제고하기 위해 정보-감시-정찰(ISR), 정밀타격능력(PGM), 전술지휘통제(C4I) 체제 확충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을 2년 앞둔 현재 이에 대한 외부 평가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제한된 예산이 우주공군, 대양해군 등 작전권 전환과 큰 관계없는 영역에 투입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핵심전력 확충이 차질을 빚은 것은 빗나간 예측과 무관치 않다. 참여정부는 2005년 ‘국방개혁 2020’을 세운 뒤 자주국방 역량을 갖추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 계획은 2010년까지 매년 7%대의 경제성장과 매년 국방예산 9.9% 증가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미 성장률은 낮아졌고 복지예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방예산 증가율은 7∼8%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고고도 무인정찰기(UAV)인 글로벌호크 등 대북 감시전력의 도입이 ‘작전권 전환 이후’ 시점으로 연기됐다. 또 2012년으로 계획됐던 지상작전사령부 창설, 군단 통폐합도 3년 늦춰졌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한미동맹 담당 부서에서는 “국방부가 밝혀온 자신감의 뚜렷한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들린다.

전작권 전환 연기로 한국이 추가로 부담할 비용은 없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한 당국자는 “국가 간의 합의 번복 때 원인 제공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근거로 한국의 추가 부담을 거론하는 이들이 있다”면서도 “전작권 문제와 주한미군기지 이전은 별도의 사안으로 협의하기 때문에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작권 전환 시점에 맞춰 구매해야 하는 무기 구매 일정이 늦춰지면서 그만큼 이익이 된다는 해석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6년 자료에서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09년으로 앞당긴다면 3년간 23조9600억 원에 이르는 국방비가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환을 늦출수록 비용부담이 덜어진다는 의미다.

물론 예상치 못했던 추가비용 부담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는 한미 양국이 상호 책임을 묻지 말고 동맹정신에 기초해 협의할 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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