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위협 재평가’ 공감대… 천안함 사건으로 힘실려

  • Array
  • 입력 2010년 4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 “2012년서 미루자” 사실상 합의 배경

韓 요청 - 美 수용
“시기상조” 물밑서 의사타진
합의이행 명분보다 실리 택해

미국의 분위기

백악관 지난달초 변화 조짐
국방부선 여전히 부정적


한국과 미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점을 연기하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양국 간에 구축된 신뢰에 근거해 미국이 한국의 요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물밑에서 미국 정부에 연기 의사를 타진해 왔고, 미국도 조용히 타당성 검토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 정부 왜 연기 요청했나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전작권 전환 연기를 중요한 외교안보 이슈로 다뤘다. 이에 따라 정권이 출범하면 재검토 논의가 본격화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정작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전작권 전환이 예정된) 2012년에 가서 그때쯤 한번 논의해 볼 만하다’는 태도를 보일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전작권 이슈가 조기에 불거지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데다 불필요한 국론분열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비록 한국 정부가 겉으로는 소극적이었지만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은 ‘정치적 해결’에 무게를 두고 차근차근 연기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한 참모는 “2011년쯤 한미 정상이 만나 전작권 전환 시기 연기를 선언하는 시나리오가 타당하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였다. 한국 정부의 작업은 올해 들어 서서히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3월 초쯤 백악관과 국무부의 분위기가 (전작권 전환 연기 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 연기를 미국에 요청한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를 찾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라는 ‘비대칭 위협’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미사일이나 핵무기에 대한 대응전력은 미국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한된 예산도 배경이 됐다. 정부는 2010년 국방예산을 대폭 삭감해 사실상 전작권 전환에 따른 준비 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됐다. 미군의 전력을 당분간은 더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수정권으로서 연기를 요구하는 보수층의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의 천안함 침몰 사건은 향후 실무협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 침몰 사건은 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양국 정부로 하여금 연기 결정이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확신을 갖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국은 왜 수용? 미 국방부는 반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우선 동맹국인 한국의 요청을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여 신의를 지킨 나라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한국이 참여하도록 하고, 방위비분담금을 한국이 더 부담하도록 할 수도 있다. 전작권 전환 준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기 수요를 미국산으로 채울 수도 있다. 여기에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과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 개발에 성공한다면 미국으로선 한국에서 전작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 자국의 안전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연기 방침에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반대가 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부정적인 것은 자신들이 추진하는 군 체제 개편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이미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글로벌 신속대응군으로 성격을 전환하고 있는데, 전작권 전환이 연기되면 그만큼 신속대응군 전환이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미 국방부는 한국군의 역량이 충분하다는 판단과 함께 이제껏 진행해 왔는데 그냥 진행하려는 관료적인 속성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