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해적 3명 올라탄 것 같다” 이순신함과 통화중 연락 끊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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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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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소유회사 삼호해운 셔터 내린채 긴급 대책회의“선원 5명 신원공개 못한다”

이라크에서 원유를 싣고 미국 루이지애나로 향하던 중 4일 오후 4시 10분경(한국 시간)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호드림호. 사진은 삼호그룹이 2008년에 배포한 회사 소개자료(영문판)에 실린 것이다.
이라크에서 원유를 싣고 미국 루이지애나로 향하던 중 4일 오후 4시 10분경(한국 시간) 인도양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피랍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호드림호. 사진은 삼호그룹이 2008년에 배포한 회사 소개자료(영문판)에 실린 것이다.

‘삼호드림호’가 소말리아 해상에서 피랍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4일 이 배의 실질적 소유 회사인 삼호해운의 부산 중구 중앙동4가 본사 사옥은 정문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직원들이 사옥 5층에서 분주히 대책회의를 갖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외부인의 출입은 통제했다. 정부가 피랍사건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해적들이 몸값을 올리는 데 악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인 선원 5명의 신원을 공개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 긴박했던 피랍 상황

4일 오후 4시 20분경 국토해양부 상황실에 “우리 배가 10분 전부터 해적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삼호해운이 걸어온 전화였다. 삼호드림호는 공식적으로는 한국 선적의 배가 아니기 때문에 국토부가 국적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장거리위치추적(LRIT·Long Range Identification Tracking) 시스템에는 등록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삼호해운이 통보한 선박의 좌표를 아덴 만 해역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 충무공이순신함에 곧바로 통보했다. 통보 시점에 이순신함은 이미 삼호드림호와 연락을 취한 상태였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당시 이순신함은 삼호드림호와 통화하던 중 ‘해적 3명이 우리 배에 올라온 것 같다’는 선장의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져 다시 연락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추교필 국토부 항행안전정보과장은 “삼호드림호가 이미 해적에 납치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관계기관에 곧바로 통보했다”며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20여 분에 불과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4일 삼호드림호 피랍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외교통상부에 대책본부를 설치한 뒤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피랍사건은 해적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심리전을 벌이기 때문에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피랍사건 특성상 해적들과의 협상이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소말리아 해적의 납치사건 해결에 걸린 시간이 짧게는 37일에서 최대 173일까지였다는 점을 감안한 것.

정부는 협상 자체는 해적과 선주 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선주 회사가 고용할 수 있는 외국 협상 전문가를 섭외하는 문제 등 이번 피랍사건 해결에 전폭적인 지원을 기울이기로 했다.

○ 삼호드림호는 사실상 한국 배

삼호드림호 선적은 마셜군도, 운영회사는 싱가포르 SY탱커(SY TANKER). 하지만 이 배는 사실상 한국 선박이다. 국내 해운업체인 삼호해운이 SY탱커를 통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SY탱커는 자사(自社)의 배를 마셜군도에 등록시켜 놓고 운항하는 구조다. 이 배의 국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은 국제 해운사들이 세제 혜택이 좋은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업계 관행 때문이다. 이 배의 선적이 있는 마셜군도와 싱가포르는 잘 알려진 조세피난처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해적 사고에 대해 선박의 소유자가 관여하게 돼 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삼호해운이 해결의 당사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호드림호는 최대 32만 t의 원유를 선적할 수 있는 대형 원유 운반선(VLCC)이다. 한국에서는 통상 17만5000∼30만 t의 석유를 수송할 수 있는 배를 VLCC라고 부른다. 선적 용량이 이보다 크면 ULCC라고 말한다.

VLCC는 다시 유전에서 뽑아 올린 원유를 운반하는 원유탱커와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정유운반선으로 나뉜다. 정유운반선은 원유운반선에 비해 선적용량이 작은 것이 보통이다. 한국에서는 현재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서 VLCC를 건조하고 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동영상 =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청해부대 이순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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