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개교 딱 1년만에 경쟁률 17대 1… 무섭게 뜨는 신도림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수학-영어 철저한 수준별 수업… ‘방과 후’ 50여개 강좌 다양
수학-과학 중점 학교 지정… “과학고의 시설-수업 따라 잡을것”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실시한 서울지역 고교선택제 1단계 지원 결과 신도림고(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경쟁률이 17.1 대 1로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 개교한 이 신생학교가 강남 등 인기지역 유명 사립고들을 제치고 선호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신 도림고는 개교 직후부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8월 입시전문업체인 하늘교육이 서울지역 중학생 1479명을 대상으로 ‘고교선택제 시행 시 지원하고자 하는 고교’를 물은 결과, 당시 개교 5개월에 지나지 않았던 신도림고는 서울지역 전 일반계 고교 중 20위, 공립고교 중 8위를 차지했다. 서울의 학생, 학부모가 신도림고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신도림고의 경쟁력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자.》

Point 1 학생별 수준을 고려한 ‘수준별 이동수업’

지난해 3월 개교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고. 이 학교는 주요과목 수업과 방과 후 보충학습 편성에서 학생들의 수준과 니즈(needs)를 우선적으로 감안한다.사진 제공 신도림고
지난해 3월 개교한 서울 구로구 신도림고. 이 학교는 주요과목 수업과 방과 후 보충학습 편성에서 학생들의 수준과 니즈(needs)를 우선적으로 감안한다.사진 제공 신도림고
신도림고는 수학과 영어과목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한다. 시험성적을 토대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파악하고 수준이 비슷한 학생끼리 반을 구성해 수업을 진행하는 것. 수학의 경우 한 학급을 수준에 따라 상, 중, 하로 나눈 뒤 2개 반을 서로 짝을 지어 같은 수준의 학생끼리 묶어서 다시 3개의 수준별 학급으로 나눈다. 영어는 수준에 따라 상, 상중, 중, 하 4개로 나눈 뒤 같은 방식으로 짝을 지어 4개의 학급으로 재편성해 운영한다.

방과 후 보충학습에서도 학생의 학업 수준과 목표를 고려한 강좌가 개설된다. 수학과목 수업은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구분된다. 학생이 자기수준에 따라 기본개념부터 충실히 배울 수도 있고 교과과정을 더 심층적으로 배울 수도 있는 것. 영어의 경우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를 원하는 학생을 위한 ‘영어수능독해반’이 개설된다. ‘TEPS’ ‘English Discussion & Writing’처럼 정규교과과정을 통해 준비하기 힘든 능력시험에 대비하거나 회화 위주의 공부를 할 수 있는 강좌도 개설된다. ‘경제경시시작반’처럼 언어, 외국어, 수리 등 주요영역이 아닌 과목에서도 경시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반도 갖춰져 있다.

1학년 정재은 양(17)은 “고전문학이 어려워서 고전문학만 다루는 강의를 듣고 싶었지만 대부분의 학원은 문학의 전 범위를 강의하기 때문에 듣기가 부담스러웠다”면서 “하지만 학교 방과 후 수업에는 고전문학만 다루는 강좌가 있어 콕 집어 수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기간을 세분화해 운영한다. △1학기 시작∼1학기 중간고사 이전 △1학기 중간고사 이후∼여름방학 이전 △여름방학 기간 △2학기 시작∼겨울방학 이전 △겨울방학 기간 등 5개 시기로 나눠 기간마다 50개 남짓의 강좌가 개설된다. 학생들은 시기별로 학기 중에는 최대 3개, 방학 중에는 최대 4개 강좌를 직접 선택해 수강한다. 강좌 당 인원제한을 두지 않으며, 신청자 수가 아무리 적어도 강좌를 폐지하지 않는다.

Point 2 자율을 강조한 진로·생활관리

신도림고는 학생 스스로 진로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게 돕는다.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해 학생들이 스스로 이력을 관리하도록 ‘나의 진로 포트폴리오 만들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교내와 외부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는 학생들에겐 부상으로 ‘마이 포트폴리오(My portfolio)’라는 이름의 파일을 준다. 학생들은 파일에 독서기록, 봉사기록, 학교 및 외부행사 참가기록, 수상 내역 등 자신의 모든 활동내용을 기록하며 자율적으로 관리한다. 각 반의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희망진로를 파악해 개개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 관리 방법과 방향을 알려 준다.

국회의원이 되는 게 꿈인 1학년 정연태 군(17)은 “웅변대회 시상식에서 처음 포트폴리오 파일을 받았을 때 ‘반드시 다 채워야겠다’는 의무감과 의욕이 동시에 생겼다”면서 “파일을 채우기 위해 내 꿈과 관련한 대회를 더 활발히 알아보고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고 했다.

신도림고는 학교 내 자율적인 생활지도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린 마일리지’라는 상·벌점제를 도입했다. 이는 학생들의 상·벌점 내용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는 제도. 일정 수준의 벌점이 쌓인 학생에 대한 ‘벌칙수위’는 ‘학생 자치법정’을 통해 결정된다. 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판사, 검사, 변호인 등의 역할을 맡아 가장 적절한 벌칙을 정하는 것. 지난해 10월 신도림고 시청각실에서 열린 학생 자치법정에서는 ‘선도부와 함께 교문에서 지각생 잡기’ ‘담임선생님과 교환일기 쓰기’ 등의 벌칙이 결정됐다.

Point 3 수학·과학 중점학교 운영을 위한 철저한 준비


신도림고는 개교 직후부터 수학·과학이 강한 학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한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3월부터 세종과학고, 민족사관고 등 명문고들을 직접 찾아가 수학·과학 교육시설과 학생들의 활동현장을 살펴봤다. ‘이런 우수프로그램을 일반계고에 맞는 수업방식으로 어떻게 변형시킬까’에 대한 고민이 따랐다. 이런 창의적 벤치마킹은 결실을 보았다.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 지정 수학·과학 중점형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된 것이다. 이어 10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정한 수학·과학 중점학교가 됐다.

신도림고는 올 3월 시작되는 1학년 과정에서 기존 수학·과학 과목과는 별도로 이들 과목의 심화과정을 개설해 정규수업시간으로 편성한다. 2, 3학년은 실험을 중심으로 한 ‘융합과학과정’을 개설해 과학고 수준의 전문적인 수업을 진행할 계획. 본관 4층을 ‘Science & Math Zone’으로 정하고 실험실 외에도 과학교실 연구실, 수학교과실 등 수학·과학을 위한 전문 환경을 구축할 예정이다.

오세창 신도림고 교장은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된 것에만 의의를 두지 않고 과학고 수준의 시설과 수업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수학·과학 분야를 신도림고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태 기자 st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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