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40년만에 다시 달린 광화문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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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제1회 동아사이클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을 달리고 있다. 교통 혼잡 등의 문제로 3회 대회부터 삼각지, 고려대 앞 등으로 출발지를 옮겼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68년 제1회 동아사이클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을 달리고 있다. 교통 혼잡 등의 문제로 3회 대회부터 삼각지, 고려대 앞 등으로 출발지를 옮겼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40년 만의 광화문 시대!’

마침내 서울 한복판 광화문 세종로에서 사이클대회가 열렸다. 40년 만이다. 1968년 역사적인 막을 올린 동아사이클대회는 이듬해인 1969년까지 광화문에서 출발 총성을 울렸다. 하지만 교통 정체 문제 때문에 삼각지, 수유리 등으로 조금씩 도심을 벗어났다. 이제 도로 대회는 아예 지방에서 열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런 현실에서 ‘투르 드 서울’이 광화문에서 열린 것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필자는 1973년부터 7차례 동아사이클대회에 출전했다. 안타깝게도 광화문을 달려보지는 못했다. 선배들의 무용담을 무척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만 해도 훗날 광화문에서 다시 대회가 열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동안 광화문은 자동차들의 독점적, 배타적 공간이었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는 이 일대를 사람 중심의 역사적, 문화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많은 시민의 관심을 받는 장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관중의 환호와 응원에 절로 힘이 나는 선수들로서는 이런 곳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껏 사기가 충천해 보였다.

40년 전 전차를 피해 곡예하듯 달렸던 길은 이제 자전거를 타기에 가장 좋은 넓고 깨끗한 아스팔트 도로로 정비됐다. 수많은 시민이 모여 은륜의 행렬을 응원하던 자리에는 높은 빌딩들이 들어섰지만 이 역시 발전한 서울의 상징 아닌가. 광화문광장 ‘역사의 물길’에 비치는 세종대왕 동상이 마치 선수들의 안전한 레이스를 기원하는 듯했다.

오전 8시. 출발 축포와 함께 용수철처럼 튀어나간 선수들은 근대화의 기적을 이룬 한강을 단숨에 삼킬 듯 무서운 속도로 질주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한강을 팔짱을 낀 것처럼 다정하게 달리던 은륜의 행렬은 이후 몇 차례 화산이 용암을 분출하듯 거대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한국 사이클의 간판스타인 조호성 선수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으니 이 또한 감격적인 일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투르 드 프랑스는 변하지 않는 원칙이 하나 있다. 마지막 날은 반드시 개선문이 있는 파리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골인을 해야 한다. 파리의 샹젤리제는 서울의 광화문 아니던가.

심훈 선생의 시 ‘그날이 오면’이 떠오른다. 그날이 오면,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광화문을 오래 지키고 싶다. 오늘의 벅찬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 사이클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역사적인 장소에서 대회를 치를 수 있게 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불편을 감수한 시민 여러분께도 경의를 표한다.

김성주 대한사이클연맹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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