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한의 근본이 변할 때까지 압박 공조 계속해야

  • 입력 2009년 8월 31일 02시 59분


북한이 불법무기를 제3국 선박을 이용해 이란에 수출하다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적발됐다. 압류된 컨테이너에는 뇌관과 탄약, 로켓 추진 폭탄이 실려 있었다. UAE의 북한 무기 압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6월 12일 채택한 안보리 결의 1874호가 최초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북은 이란에 미사일과 미사일 부품 및 설계 기술 등을 수출해 연간 2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미국 의회조사국이 밝힌 바 있다. 북이 미국과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뚫고 무기를 수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6월에는 불법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 강남1호가 미얀마로 추정되는 목적지로 향하다 미국 함정의 추적을 받자 결국 북으로 되돌아간 적도 있다.

북한은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자 최근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유화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불러들여 4일 미국 여기자 2명을 풀어준 데 이어 13일에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 씨를 억류 136일 만에 석방했다. 21일에는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및 개성공단 등의 체류 제한 조치를 해제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때 조문단을 보내 이명박 대통령을 면담했다. 북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악의에 찬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은 최근 남북대화 재개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국제사회의 공조와 압박으로 인한 곤경을 피하기 위해 북이 유화전술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對)이란 무기 수출이 들통 난 것을 보면 근본이 바뀐 것은 아니다. 북은 핵을 포기하지 않은 채 유화 제스처로 국제사회를 속일 수 있다는 망상을 접어야 살 길이 열린다.

북이 ‘800연안호’ 선원 4명을 석방한 것은 다행이지만 한 달 동안 무고한 선원들을 억류해놓고 마치 선심을 쓰듯 행동하는 것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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