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인배]온라인시대 공공서비스 ‘스피드 경영’을

  • 입력 2009년 8월 28일 02시 59분


“우리가 ‘빨리빨리’를 외치지 않았다면 디지털 강국이 될 수 있었을까?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입니다.” 모그룹의 공익캠페인 일부다. 감동적이면서 우리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빨리빨리 문화는 통상적인 경제성장의 속도를 넘어서서 세계경제 11대 대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했다. 우리의 근면성과 성실함, 남다른 교육 수준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과 반세기 만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 냈던 것이다.

이런 속도전에 대해 경영학에서는 이미 한물간 논리로 보고 ‘슬로 문화’에 주목한다. 불편함이 아닌 자연에 대한 기다림을 주제로 자연과 인간의 삶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꽃이 피고 지듯이 서두르지 않고 자연의 시간에 따라 생명활동이 이루어지듯이 인간의 삶도 인간다운 삶을 가꿀 수 있도록 인간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인데, 사실 현실세계를 너무 모르는 얘기다.

최근 세계는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새로운 속도전 문화에 빠져 있다. 미국의 온라인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도 ‘빨리빨리’라는 하와이어 ‘위키위키(Wiki Wiki)’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누리꾼의 자유로운 참여에 기반하다 보니 근거 없거나 비합리적인 얘기도 무수히 수록됐다고는 하지만 인기를 누리는 위키피디아는 인터넷 속도전을 반영한 대표적인 아이콘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현실세계의 삶의 속도도 무한히 빠르게 만들었다. 빨라도 너무 빨라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렇다고 이런 여건에서 슬로 푸드, 슬로 라이프스타일을 주장하다가는 딱 먹고살기 힘들어질 것 같다.

12년간의 의정생활을 거쳐 공공기관의 기관장으로 부임해 기업경영을 하다 보니 온라인시대에 맞는 경영기법이 절실함을 알게 됐다. 특히 요즘과 같은 전 세계적인 불황과 경제위기 속에서는 성공 매뉴얼이 따로 있지 않고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해서 앞서가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느려도 너무 느렸다. 국회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 보면 공공기관의 업무처리 속도는 요즘과 같은 위키 문화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으로 느껴졌다. 물론 결재 과정이나 업무의 정확성을 따져 보면 빨리빨리 문화가 상책은 아니다. 그러나 온라인 시대에 맞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은 공공기관의 설립 목적이자 근거이다.

과연 고객인 국민이 원하는 점은 무엇인가? 고객의 마음에 다다르는 완전한 1초의 시간을 찾기 위해 1초 경영을 펼쳐야 한다. 흔히들 ‘1초 앞선다’고 하면 조급한 문화를 상상한다. 그러나 ‘1초 경영’ 즉, ‘1초 앞선 경영’은 단순히 빨리빨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이고 전략적인 경제속도를 유지하면서 혁신경영을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1초 경영이란 곧 스피드경영을 의미한다. 단순한 시간의 단축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극대화하여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남보다 더 빠르게 제공함을 뜻한다. 남들보다 1초 빨리 대응함으로써 기업의 혁신을 앞당기며 이렇게 얻은 1초는 당연히 고객인 국민에게 되돌려 주겠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문제는 빠름 그 자체보다 거기에 길들여져 잠시도 여유가 없는 우리의 마음이다. 우리의 마음이 강박증이나 조급증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1초 경영의 성공을 부른다. 1초 경영은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빠름의 미학을 활용하는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치열해진 속도전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에 주목한 1초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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