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희 소장의 즐거운 인생 2막]‘자녀 리스크’ 줄이려면

  • 입력 2009년 8월 26일 02시 55분


경제교육, 어릴때부터

노후설계와 관련된 외국서적을 읽다가 ‘자녀리스크’라는 용어를 보게 됐습니다. ‘아니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무슨 리스크 요인이란 말인가’라는 생각으로 읽었습니다. 본인이 아무리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벌었다 하더라도 자녀문제 때문에 노후에 큰 고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용어였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한 자녀가 갑자기 찾아와서 신용불량자가 되게 생겼다고 손을 벌리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자녀가 커갈수록 손을 벌리는 자금의 규모도 커지고 리스크도 그만큼 커집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습니다. 노부부가 노후 생활자금으로 약간의 목돈을 모아두었는데 사업에 실패한 아들이나 사위가 와서 손을 벌리는 것입니다. 부모로서 무작정 모르는 체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노부부는 평생 절약해서 모은 돈을 자식들에게 내어 주고 지하 쪽방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다음은 한 지방도시에 강의를 갔다가 복지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즘은 자식 없는 노인 분들이 차라리 속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고 생활이 어려워도 자식이 없는 분들은 괜찮은 요양시설에 들어갈 수도 있고 정부로부터 지원금도 받아 사시는 데 큰 지장이 없습니다. 문제는 꼭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인데도 자식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려고 조사해 보면 자식들이 부모 명의로 외제차를 산 뒤 할부금을 갚지 않고 있거나 부모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내 사업을 하다가 실패해서 잠적해 버린 일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굶어서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본 규슈지방의 어떤 노인은 몸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서 구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은 서류를 살펴보더니 “아들한테 도움을 청하세요”라면서 거절을 하더라는 겁니다. 그 아들은 어디에 있는지 연락도 없는데요. 결국 이분은 “주먹밥을 한번 배부르게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유서를 써놓고 돌아가셨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자녀리스크의 사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런 리스크를 줄이지 않고서는 즐거운 인생 2막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녀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무리한 사교육으로 일류 대학에만 보내려 할 게 아니라 자녀들이 성인이 된 후 확실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올바른 경제교육을 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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