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규인]“교원평가 어떡해” 고민하는 전교조

  • 입력 2009년 8월 20일 03시 03분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만 고립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능한 교사라는 낙인이 찍힐 필요는 없지 않나?”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교원평가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해 조합원 3명과 어렵게 자리를 만들었다. 이들은 “안 받던 평가를 받으라는 데 달가워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면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게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원희 한국교육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교원평가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밝혔지만 사실 교원단체의 수용 여부는 대세를 뒤집을 만한 요소는 못 된다. ‘갑’인 교육 당국에서 내년 3월부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을’인 교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다. 전교조가 계속 ‘나 홀로’ 반대를 고집해도 내년 3월 교원평가제는 모든 학교에서 실시된다.

이 때문에 전교조 소속 젊은 교사를 중심으로 조건부 찬성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이 주장하는 조건부 찬성의 핵심은 독립된 평가기관을 설립하자는 것이다. 교원평가를 시행하는 나라 중 영국이 독립 평가기관을 두고 있다. 현재 교육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학교 내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 등 구성원들이 평가하도록 돼 있다. 매년 평가하도록 돼 있는 방식도 바꿔 평가 주기를 3∼5년에 한 번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교사가 됐다는 A 교사(32)는 “자기 주요 업무에 대해 아무 평가를 받지 않는 직업은 교사가 유일할 것”이라며 “교사가 ‘마냥 편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없애려면 일단 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근무평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평가이며 평가권을 가지고 있는 교장임용제도를 바꾸기 전에는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자세다. 이에 대해 B 교사(28·여)는 “국민은 근무평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며 “일단 제도를 수용한 뒤 문제점을 알리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리가 끝날 무렵 C 교사(30)는 “조지 버나드 쇼는 자기 묘비명에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다’고 썼다”며 “아직 교원평가제에 대해 마땅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지도부도 이런 느낌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교원평가제에 개인적으로 찬성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현인철 당시 대변인을 경질했다. 이날 만난 조합원들도 자기 신분이 노출될까 크게 걱정했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전교조 교사들을 모두 이기주의자로 매도하는 것은 아닌지 전교조 지도부가 고민해야 할 때다.

황규인 교육복지부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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