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성훈]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

  • 입력 2009년 8월 19일 20시 01분


대전에서 이달 초 개최된 제6차 아시아학자세계학술대회(ICAS 6)에 참가했다. 세계 각국에서 700여 명의 아시아 연구학자가 참석해 100여 개의 세션을 진행한 커다란 국제회의였다. 필자가 참가한 세션은 유럽에서 본 동아시아의 이미지에 관해 진지하게 토의하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회의였다. 공식회의가 끝나고 만찬 및 환담으로 이어지는 시간에 많은 학자가 “TV에서 쌍용 사태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도대체 사태의 전말이 무엇인가?” “그런 방식의 문제해결이 한국식 문제해결 방식인가?” “며칠 전 한국 국회에서 있었던 사태도 재미있더라” 등등의 질문과 코멘트를 집중적으로 필자에게 쏟아 냈다. 아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설명하느라 노력을 하면서도 심히 언짢은 것이 사실이었다. 한 나라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인 사건은 매우 깊이 각인되고 그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과연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가 어디에 와 있는가를 고민하게 됐다.

다행히 쌍용 사태가 그나마 커다란 사고 없이 마무리됐고 지금까지 몇몇의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는 듯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병실을 방문하여 쾌유를 비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보기가 참 좋았다. 이 대통령을 맞이한 이희호 여사의 자세도 큰사람다웠다. 우리 국민은 이렇게 서로 정치적 노선과 생각은 다르더라도 커다란 틀에서 화해하고 타협해 나가는 모습을 바라는 것 아닌가? 이런 모습이 지속될 때 우리나라의 국가브랜드가 꾸준히 개선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 지수, 중국에 크게 못미쳐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고 브랜드가치를 드높이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우리가 외국인 근로자 20만 명 시대에 걸맞은 외국인정책을 갖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이들이 상당 부분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고, 많은 한국인과 가정을 꾸려서 살아가는데 이들을 보는 우리의 눈은 과연 ‘정상적’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국비장학금을 주면서 데리고 온 개발도상국의 유수한 인재가 자신이 수학할 대학을 선택하지 못해 커다란 불만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는 최근의 신문보도를 보면서 많은 돈을 들이고도 불필요하게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떨어뜨리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감을 갖기도 했다.

한국에 비즈니스를 위해 오랫동안 체류하는 외국인, 짧은 기간 연수 관광, 학회 참가를 위해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이 제대로 한국을 경험하고 가도록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세심하게 신경을 쓸 필요도 있다. 정부가 계획하듯이 개도국에 대한 대외원조를 파격적으로 증대함으로써 한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작업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전반적인 사정이 과거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 주변을 제대로 돌아보면 고쳐야 할 점이 아직도 많이 있다. 이런 일이야말로 이들을 ‘친한인사’로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한국에 악감정을 갖지 않도록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안홀트-GMI가 지난해 발표한 국가브랜드지수 측정에서 우리나라가 조사 대상 50개국 가운데 33위를 차지했다. 1∼3위를 차지한 독일 영국 프랑스는 차치하고라도 우리의 국가브랜드지수는 일본(5위) 브라질(21위) 중국(28위)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브랜드가 직접적으로 한 나라의 국력을 결정하지는 않더라도 상품 구매, 기업 활동 및 관광객 유치에는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특히 국가의 품격 및 이미지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면 국가브랜드를 개선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선 국내 외국인 배려에 초점을

많은 나라가 제각기 자국의 국가브랜드를 좀 더 잘 알리고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한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가 청정지역을 상징하는 ‘Clean New Zealand’를 기치로 내걸고,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자국을 잘 상징할 수 있는 표상을 채택하는 이유도 이런 작업의 일환이다. 국가브랜드가 하루아침에 크게 개선되지는 않겠지만 이런 나라가 수년 전부터 추진한 이미지 개선작업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올 1월 발족한 국가브랜드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에 사는 수많은 외국인에 대한 배려 또한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정책의 매우 중요한 한 축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국내에서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서로 타협하고 화해함으로써 쌍용 사태나 국회 파행 같은 모습을 되풀이하지 않는 일이야말로 우리를 보는 외부의 시선을 더욱 우호적으로 만드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모든 계층의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한국EU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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