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닐하우스 벨트’ 정비하되 부작용 대책도 세워야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서울 근교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가운데 훼손 정도가 심한 곳을 필요할 때마다 추가로 개발해 서민용 주택용지로 쓰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1971년 서울을 비롯한 전국 14개 도시권역에 전 국토의 5.4%에 해당하는 면적이 그린벨트로 설정된 이래 그린벨트는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곳으로 성역화(聖域化)됐다. 노태우 정부 때 서울 주변의 그린벨트를 건너뛰어 분당 일산 같은 신도시를 건설하다 보니 수도권이 광역화하고 직장인들의 통근거리가 길어져 교통 혼잡과 에너지 과소비를 초래하는 역기능이 컸다. 이런 그린벨트의 역기능까지 계속 보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린벨트 가운데 약 30%는 이미 ‘그린’이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훼손이 심하다. 비닐하우스나 축사, 창고 등이 빽빽이 들어서 ‘비닐하우스 벨트’라고 불릴 정도다. 숲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지역을 그린벨트로 묶어두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을 제약하고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일부 그린벨트 해제 바람을 타고 투기와 환경 훼손이 극성을 부리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임상(林相)이 잘 보존된 그린벨트는 녹지대를 형성하고 자연환경을 보호하며 도시공해의 악화를 방지하는 순기능을 한다. 정부는 “현재로선 그린벨트를 대폭 해제할 계획은 없다”고 부인하지만 그린벨트 내 토지를 소유한 지주(地主)들의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엄격한 기준을 세우고 해제 대상지역을 선정해 환경 훼손 등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파트 용지를 결정하기도 전에 땅값부터 오르면 값이 싼 토지를 개발해 양질의 값싼 아파트를 공급하려던 당초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토지 공급이 늘어나면 땅값이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투기 바람이 불면 아파트 공급가격을 낮추지 못하고 지주들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 그린벨트 해제 소식을 타고 땅 투기가 번지지 않도록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등 사전 대책을 꼼꼼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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