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차지완]지방세제 개편, ‘캘리포니아 파탄’ 경계를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요즘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 재산세 인하, 상속세 폐지 같은 감세(減稅) 조치로 세수(稅收) 기반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공공지출을 크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위기까지 겹치면서 캘리포니아 주는 재정이 파탄나기 직전이다. 액션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결국 7월 말 아동복지서비스, 에이즈 예방 프로그램 등 주요 사업비를 수천만 달러씩 삭감한 예산안에 서명했다.

국내 조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캘리포니아 사태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우려의 근원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정부가 마련 중인 지방재정 지원 제도이고, 그 핵심은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될 지방소득세다.

정부안 마련이 임박했는데도 부처 간에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세제를 다루는 기획재정부는 지방소득세가 도입되면 납세가 번거로워지고 징세비용이 늘어날 것을 걱정한다. 반면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현행 체계에서 세목(稅目) 등을 조금만 바꾸는 것이므로 재정부의 주장은 기우(杞憂)에 불과하거나 사실을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지방소득세로 인한 부작용은 도입 후 3년 뒤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구상대로 이르면 내년부터 현재 소득세와 법인세에 10%씩 따라붙는 주민세를 명칭만 지방소득세로 바꿀 경우 당장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3년 뒤 독자적인 과세표준과 세율, 감면제도 등을 갖춘 세금으로 바뀌고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인 과세권을 갖게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지방선거 때마다 지자체장들이 세금 깎기 경쟁을 벌여 세수 기반이 축소될 수 있다. 지방소득세를 앞서 도입한 일본만 보더라도 1997년 9조8000억 엔이던 지방소득세 수입이 2005년에는 7조8000억 엔으로 줄었다.

선거 때마다 난무하는 온갖 공약 중에서 감세만큼 달콤한 공약도 없다. 다른 곳과 감세 경쟁을 벌이다가 재정난에 빠진 지자체는 결국 중앙정부에 긴급구조신호(SOS)를 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방재정의 확충과 자립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점점 열악해지는 지자체의 곳간 사정을 감안할 때 지방재정을 살리는 일은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과제다. 따라서 다음 달 정기국회에 제출할 정부안에는 부작용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을 세심한 검토의 손길이 담겨야 할 것이다. 지방을 살찌우기 위한 지방소득세가 ‘한국판 캘리포니아 파산’의 주범(主犯)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는가.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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