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구자룡]앞에선 축제, 뒤에선 통제… 中의 두 얼굴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올림픽 1주년을 맞은 베이징(北京)은 축하공연과 체육시설 무료 개방 등으로 축제 분위기다. ‘100년의 꿈, 1000년 중화 부흥’을 내걸었던 개막식 공연 DVD를 다시 꺼내 보니 그때의 감흥이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올림픽 이후 지금까지 줄곧 시행되고 있는 자동차 5부제 등으로 베이징의 하늘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아졌다. 베이징 시민들의 질서의식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주경기장 냐오차오(鳥巢·새 둥지라는 뜻)를 활용하는 방안도 깊이 검토되고 있다.

올림픽 직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 중국도 휘청거렸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어 오히려 세계 속에서 중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보호주의로 가려는 일부 서방선진국에 ‘보호주의로 더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 대공황의 교훈을 잊지 말라’며 개방경제의 전도사로 나섰다. 일본을 제치고 미국 채권의 최대 보유국이 되면서 미국에 ‘재정을 튼튼히 해 달러 가치를 지키라’고 간섭할 정도까지 됐다. 또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은 줄어야 한다’며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서 위안화의 국제화를 노리고 있다.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지난달 말 열린 미국과 중국 간 전략과 경제대화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관계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른바 미국과 중국의 시대(G2)가 예상보다 훨씬 앞서 다가온 듯하다. 하지만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의 노회함도 보여주고 있다. 10월 1일에는 건국 60주년을 맞아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대규모 경축행사를 갖는다. 이날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첨단무기 군사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하지만 이런 중국에 걸맞지 않은 모습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 민주화를 요구하는 ‘08헌장’에 서명했던 대학교수와 지식인 등은 철퇴를 맞아 재갈이 물렸다. 위구르족의 독립을 꾀하는 지도자 레비야 카디르 세계위구르회의(WUC) 의장의 활동이 활발해지자 11명의 자녀 중 중국 내에 거주하는 몇 명을 중국중앙(CC)TV에 등장시켜 어머니를 부인하고 비난하게 했다. TV에 출연한 두 아들은 각각 국가전복 활동과 탈세로 수감 중이다. 각 지방정부의 국내총생산(GDP)을 합산하니 중앙정부 발표의 1.5배가 넘는 엉터리 통계가 횡행한다.

일부 서방 언론이 ‘중국이 올림픽 후 눈에 보이는 것은 많이 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여전하다’고 비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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