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급공사 입찰비리 근원적 수술방안 찾아야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연세대 이모 교수의 용기 있는 고발로 드러난 건설회사의 입찰비리와 관련해 경찰이 어제 금호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기 파주시 교하신도시 복합커뮤니티센터 입찰 때 평가를 맡았던 이 교수는 공사를 따낸 금호건설 과장이 사례금이라며 1000만 원어치의 상품권을 건네자 로비 풍토를 개탄하며 이를 폭로했다.

업계가 고백하는 300억 원 이상 대형 턴키(일괄도급) 입찰 로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턴키공사는 설계 시공 감리의 전 공정을 특정 건설업체가 모두 맡기 때문에 로비가 더 치열하다. 건설업체는 심의위원 풀(pool) 3000명 중 후보 명단부터 빼내 사전 공작을 벌인다. 발주처는 심의 당일 새벽에 추첨으로 심의위원을 선정하지만 건설업체들은 여러 교수 집 앞에서 기다리다 심의하러 나서면 차에 태워 직간접으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평소엔 심의를 맡을 가능성이 높은 교수들의 취미와 기호까지 챙겨주며 관리한다. ‘대형 턴키 입찰이 시작되면 건설업체 직원 전체가 로비스트가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건이 터져도 건설업체는 큰 타격을 입지 않는다. 이번 금호건설의 경우처럼 비리가 드러나도 직원이 개인적인 이유에서 돈을 건넨 것이고 회사와는 무관하다면서 빠져나가려 한다. 입찰 비리가 드러나면 입찰 참가 자격을 1∼2년 동안 제한받지만 따낸 공사는 계속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내년부터 전문가 풀을 중앙 70명, 광역단체 50명 이내로 대폭 줄이고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로비 대상이 줄어들어 오히려 치밀한 로비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금품 로비가 두 차례 적발된 업체의 등록을 말소하는 ‘2진 아웃제’도 건설회사가 로비 담당 영업직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빠져나가면 그뿐이다.

올해는 4대강 사업이 추가되면서 예년의 두 배인 20조 원 이상의 턴키공사가 발주돼 자칫 로비 천국이 될 수도 있다. 이 교수의 폭로 덕에 로비와 비리에 대한 경각심이 생긴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업계는 이를 자정(自淨)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입찰제도 개선만으로는 비리를 막지 못한다. 공사를 따내기만 하면 로비 비용에 비해 이익이 너무 큰 현실이 로비를 키운다. 관급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공사비 부풀리기 및 재하도급 관행을 고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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