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희상]자유민주통일 서둘러야 살아남는다

  • 입력 2009년 8월 5일 02시 56분


휴전협정 56주년인 7월 2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6·25 참전 희생자를 기리는 성조기가 반기(半旗)로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새삼 옷깃을 여몄다. 무력 적화통일의 결정적 기회를 분쇄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만도 대단히 감사한 일이지만 7·27 휴전과 그 후 역사의 의미와 교훈이 우리의 미래에 주는 메시지도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휴전 후 반세기,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북한 국내총생산(GDP)의 40배에 이르는 경제대국이자 민주국가로 성장했다. 반면 북한은 대규모 군사력을 보유하고 핵까지 만들었지만 경제는 거덜이 나고 3대 세습체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김정일이 등장하던 1990년대 중반쯤에는 세계의 공산독재가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가운데 북한의 조기 붕괴도 필연적인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역사를 헤쳐 나갔더라면 동족 간에 이 불행하고 불합리한 관계는 진작 끝이 났을 것이었다.

공산권 붕괴 도미노의 위기를 딛고 생존한 김정일 체제는 이제 핵과 간접침략으로 오히려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햇볕정책으로 막대한 물자와 돈을 퍼부으면서 언필칭 ‘평화’를 내세워 북한 핵 폐기 노력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고 국민의 혈세로 은근히 친북세력을 기른 탓도 크다.

6·25가 미래에 주는 메시지

핵은 북한에도 양날의 칼이다. 오늘날 북한체제는 국제사회의 흐름에서 고립돼 한계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체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의지와 비전에 따라서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맞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통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별로 높지 않은 것 같다. 북한과의 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 때문이라고들 한다.

모름지기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되고, 기회를 버려두면 위기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오늘의 위기를 맞고 있는 북한도 세계정세에 대한 오판과 현대전쟁에 대한 전략적 무지로 1950년의 기회를 스스로 놓쳐버린 측면이 없지 않다. 우리 역시 지난 10년이 그랬듯이 북한을 도와주기까지 하면서 끝없이 기회를 낭비하다 보면 언젠가는 위기를 다시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1950년 중공군의 개입으로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통일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아픔의 기억이 생생한데, 오늘의 세계는 ‘차이메리카(Chimerica)’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북핵 해결을 위해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대신 북한을 중국에 넘긴다’는 이른바 ‘미중 빅딜설’까지 워싱턴 정가를 떠돌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월 27일 “미중 관계가 21세기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이 직접 관련은 없는 것이라고 해도 우리는 미중 빅딜설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 아들딸들이 오늘 북한 주민의 저 참혹한 삶을 물려받거나 중국 조선족이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 아닌가. 분명한 것은 너무 늦기 전에 자유민주통일을 서둘러야 하고, 그래서 조기에 좀 더 튼튼한 힘도 갖추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고 자유대한의 미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세계 강국들이 한반도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완충국가(buffer state)’의 쓰라린 운명이 또다시 재현될 수 있다. 그래서 더욱더 지나간 10년의 기회가 아쉽기 짝이 없다.

통일 기회 놓치면 위기 온다

안으로는 온 국민이 일치된 마음과 힘을 모으고 밖으로는 주변 각국의 공감과 도움을 이끌어내는 국가적 지혜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작 국민의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할 사람들은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서로를 헐뜯기에 바쁜 것 같아 실망스럽다. 심지어 우리 사회에는 북핵과 미사일 발사를 민족적 쾌거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한미연합사는 한미동맹의 실체이며, 장차 한반도 통일 과정에서 절대로 없어선 안 될 핵심적 연결고리인데도 지난 정부가 만들어 놓은 궤도를 따라 착실히 해체되고 있다. 한미동맹은 미중 관계 못지않게 미국에 특별히 소중한 관계로서, 적어도 북-중 관계보다는 훨씬 더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반세기 전 북한은 스스로의 전략적 무지 때문에 눈앞의 기회를 놓쳤는데, 오늘 우리도 조금 부담스럽고 위험하다고 뻔히 내다보이는 기회에 스스로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오늘 우리는 과연 우리 아들딸들을 위해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는 것일까.

김희상 객원논설위원·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khsang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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