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放文振이사진, MBC 근원적 개혁에 職을 걸어야

  • 입력 2009년 8월 1일 02시 57분


방송통신위원회가 어제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로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 등 9명을 선임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MBC의 경영을 관리 감독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공적 기구다. 새 이사들은 9일부터 3년의 임기 동안 MBC를 근원적으로 개혁하는 데 자리를 걸어야 한다.

현재 MBC는 명목상 공영방송이지만 실제로는 광고수입으로 운영되는 상업방송이고, 강성노조가 노영(勞營)방송처럼 회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탈을 쓰고 정파적 이익과 조직이기주의를 위해 국민의 재산인 전파를 멋대로 사용한 경우가 허다했다. 명색이 앵커라는 뉴스진행자가 파업하러 가야겠다며 뛰쳐나가는 행태는 그 파편에 불과하다. 최근엔 미디어법에 대해 편파방송을 일삼고, 미디어법을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을 했음에도 방송에 지장이 없을 만큼 인력도 과잉이다. 사실 왜곡과 조작으로 뒤범벅된 PD수첩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광우병 촛불시위를 부추겨 나라를 어지럽힌 것은 MBC의 공공성 공익성 객관성 균형감각이 실종됐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단적인 예다.

새 이사들은 이런 MBC를 정권 아닌 국민의 방송으로 바꿔낼 시대적 책임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코드 인사로 이사회를 채워 MBC를 정권의 나팔수처럼 만들었고, 이들에 의해 점령된 방문진은 MBC에 대한 관리 감독의 직무를 방기했다.

이사진이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MBC의 위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현재의 MBC는 1980년 신군부 언론통폐합의 산물이다. 당시 민간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MBC 본사의 주식이 정부에 환수되어 KBS로 넘겨졌다가, 1988년 방문진이 설립돼 KBS 보유 주식을 넘겨받았다. 그때만 해도 민영화를 요구했던 MBC 노조가 이제 와 공영방송임을 강조하는 것은 외부 간섭 없이 자기들 멋대로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다.

작년 말까지 일본 NHK 경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고모리 시게타카 후지필름홀딩스 사장은 “공영방송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방송이므로 국가의 공식 견해나 국익을 대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업방송인지 공영방송인지 정체성이 모호한 MBC의 구성원들이 향후 공영방송의 길을 선택한다면 방문진은 MBC를 그에 걸맞게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방문진은 엄기영 MBC 사장을 포함해 방송의 공정성을 추락시킨 PD수첩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도록 하는 것으로 ‘기강 바로잡기’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편파 보도와 저질 프로그램을 도려내고 콘텐츠의 질을 높여야 한다. MBC의 방만 경영을 시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또 다른 공영방송인 KBS 역시 방만한 경영과 인력을 정리하는 자구(自救) 노력부터 보여야 향후 수신료 인상의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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