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타이밍 잘 맞춰 블루오션 선도”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3분


자선사업가 변신 김윤종 씨
미국서 IT사업 성공한 비결

가난했던 소년은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새 교복을 살 여유조차 없었다. 가난 때문에 방황하던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갔다. 낮에는 닥치는 대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원에 다니며 이를 악물었다. 훗날 그는 정보기술(IT) 회사를 차려 크게 성공했다. 1993년 창업한 ‘자일랜’을 1999년 프랑스 알카텔사(社)에 20억 달러에 매각했다. 그는 ‘아시아의 빌 게이츠’라는 수식어를 달고 고국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주인공은 사회복지법인 ‘꿈·희망·미래 재단’의 김윤종(미국명 스티브 김·60·사진) 이사장이다. 그는 2001년부터 연간 200여 명의 국내 학생과 380여 명의 중국 옌볜지역 조선족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현재 투자자문회사 SYK글로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최근 자서전 ‘꿈, 희망, 미래’를 출간하기도 했다. 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1984년 처음 창업한 광역통신망 장비업체 ‘파이버먹스’가 6년 동안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파이버먹스를 창업했던 당시는 구리선에서 광케이블로 통신의 패러다임이 바뀌던 시기였지요. 틈새시장 제품은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개발하기에 아주 적절해요.”

―미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신생 기업을 키우려면 밤낮없이 일해도 모자란데, 철저히 가정을 중시하는 미국인 직원들은 밤샘 작업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줬고, 사정상 잔업을 해야 할 때는 ‘당신이 우리 회사의 핵심 인재인데, 이 일을 못해주면 결국 회사의 주가가 떨어진다’는 식으로 감성에 호소했죠.”

―직원들과의 소통에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무엇입니까.

“대기업에서 엔지니어 일을 할 때는 제가 마치 회사의 부속품 같았습니다. 회사를 차린 뒤에는 적어도 분기에 한 번 직원들을 모아놓고 전체적인 회사 상황과 각자의 역할을 알려줬습니다. 다른 회사에서는 임원급만 알고 있을 만한 정보를 저는 말단 직원들에게도 최대한 알렸죠.”

―회사의 부속품 같다고 느끼는 한국 직장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일단 상사들과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아직 한국의 기업 문화에서는 낯설겠지만 더 나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로 옮겨 달라거나,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업무를 달라고 적극적으로 말해보세요. 그래도 들어주지 않는 회사라면 과감히 떠나는 게 낫습니다.”

―자선사업가로 변신한 계기는 무엇입니까.

“미국에 살며 막대한 세금을 내는 것보다 제가 가진 돈을 어려운 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는 사회복지 사업을 하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김승환 인턴연구원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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