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정재호]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은 뭘 할 것인가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6분


5월 25일에 이뤄진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는 것이 중평이다. 여러 척도로 판단할 때 2006년의 1차 핵실험과 비교하면 최소한 4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 초 위성발사 명목으로 이뤄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의 연장선상에서 볼 때 정부 전 부처를 망라한 대북 제재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등 미국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북한이 단순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거래조건으로 핵을 개발한다는 관점은 이제 폐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은 성공에 대한 확신의 표현이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또 ‘북핵 문제는 미-북 간의 양자적 현안이다’는 논리도 더는 설득력을 갖지 않는다. 북한의 핵 보유 그 자체가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균형이 북한 쪽으로 기우는 것을 의미하며 재래식 전력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대북 억지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의 국내 여론조사에서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한다고 밝힌 응답자가 61%에 이른다는 점도 이런 심적 불안을 잘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국내외의 많은 눈길이 중국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북한이 수입하는 석유의 90%, 생필품의 80%, 그리고 식량의 45%를 지원하는 중국이 과연 무엇을 할 용의가 있고 또 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요구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1차 핵실험 때 북한을 ‘제멋대로인(悍然)’ 국가로까지 비난했던 중국이 2차 핵실험이 끝난 후에는 그저 ‘결연히 반대(堅決反對)’한다고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2차 핵실험, 중국 뺨 두번 때린 격

5월 27일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국가이익에 위배되는 일”이라는 견해를 표명한 일, 6월 1일 천즈리(陳至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북한 방문이 갑자기 연기된 일, 그리고 6월 2일 중국 외교부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취지를 이해한다”는 성명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중국의 태도에 명시적인 변화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대외적인 ‘체면(面子)’을 중시하는 중국의 뺨을 두 차례나 공개적으로 때린 것과 진배없는 일이었다. 북핵 제거를 위해 중국이 야심 차게 주도한 6자회담이 ‘불능화’될 위기에 처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핵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이 일정 부분 변하고 있고, 북핵과 미사일을 빌미로 한 일본의 자위력 강화 또한 중국이 결코 선호하는 일이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에서는 북한 핵실험이 장기적으로 초래할지 모를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까지 증폭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중국 정부의 견해와 정책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중국에서 열리는 공개 및 비공개 정책간담회에 참여할 기회를 자주 갖는 필자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중국인 학자들 간의 치열한 논쟁을 목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논쟁이, 정책서클에서는 이견이 늘 존재하며 대외적으로는 ‘영향력이 별로 없다’는 말과 함께 내부적으로는 북한과의 마찰을 극소화하려는 관성을 지켜나가고 있다.

북한을 바라보는 중국 지도부의 내심에 세 가지 고민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갖는 ‘정서적 유대’에는 큰 변화가 이뤄졌지만 1950년대부터 70년대에 걸쳐 자력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을 이뤄 낸 중국의 당시 담론은 지금 북한이 내세우는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대외 정책의 일관성에 집착을 보여 온 중국으로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북한에는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둘째, 자신의 ‘부상’에 대해 전략적 우려와 의구심을 버리지 않는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고 중국은 믿는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적극적인 ‘견제’와 ‘봉쇄’ 정책을 채택할 경우 랴오둥(遼東)의 팔이자 중원에 칼을 대는 형세의 북한이 중국과 척을 지도록 놓아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에 북한은 더불어 살아야만 하는 ‘불편한 이웃’임에 틀림없다.

‘불편한 이웃’에 정중동 외교펼 듯

셋째, 북한은 외부에서 명시적인 위협과 제재를 가할수록 더 반발하는 세력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 자신이 그런 체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사회에 대해 ‘책임지는 대국외교’를 천명한 중국이 명분을 지키자면 겉으로는 ‘영향력의 한계’를 거듭 천명하면서도 일정한 힘을 행사하는 ‘중국적 특색’의 ‘정중동(靜中動)’ 외교를 펼치길 기대한다. 2003년 초 대외적으로는 ‘기술적 결함’의 명분으로 3일간 대북 석유공급을 중지했던 중국이 북한을 6자회담의 틀 안에 품고 돌아왔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 시점에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과연 한국은 일관된, 그리고 합의된 대북 전략을 시행할 준비가 돼 있는가.

정재호 서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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