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형준]車세금 감면…車지원 FTA…이래도 파업하나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은 한마디로 자동차업계를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한-EU FTA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만큼 한국 협상단은 국내 제조업의 수출 기회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자동차업계는 관세 철폐의 가장 큰 혜택을 누리게 됐다.

올해 정부가 내놓은 자동차산업 지원책은 또 있었다. 4월 중순 ‘자동차산업 활성화 방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노후차량을 새 차로 바꿀 때 개별소비세, 취득세, 등록세를 각각 70%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한국 제조업의 주축인 자동차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민의 세금으로 특정 산업을 지원한다는 비판을 압도했다. 정책 시행 후 5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12만 대를 넘어 6년 만에 월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 정도의 지원이면 자동차업계의 화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업체들이 파산하거나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때여서 기대감은 더 컸다. 전문가들도 “국내 자동차업계가 노사 화합만 이룬다면 위기 후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유럽에 대한 수출 문호까지 넓어졌다.

하지만 자동차 노조는 ‘강경 하투(夏鬪)’를 올해도 이어가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가 평택 공장을 걸어 잠근 지 벌써 50일이 넘었다.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올해도 임금교섭 석상에서 약 10%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GM대우 노조원들은 지난달 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73.2%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했다. 실제 14일부터 주야간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달 말 쟁의행위를 가결하면서 19년 연속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대차는 임단협 기간에 집행부가 사퇴하면서 재협상은 빨라도 10월이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업체 경영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의 강경투쟁 앞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이다.

EU와의 FTA 타결로 얻게 될 과실은 예상외로 클 수 있다. 하지만 잦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과 회사보다 내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주의는 그 과실을 갉아먹을 뿐이다. EU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붙는 관세 10%가 없어졌는데도 자동차 수출이 늘지 않는다고 나중에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자동차 노조의 역주행은 언젠가 칼날이 돼 되돌아올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박형준 경제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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