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용승]온실가스 감축 압박 현실로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인류는 석유와 석탄 등 화석연료를 1년에 약 100억 t 태운다. 1972년 이후 2배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같은 기간에 약 10배 증가해 매년 2억1000만 t의 연료를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10위권이고, 특히 석유는 세계 6위다. 대부분의 연료는 산소와 함께 타므로 우리 개개인은 연료의 약 3.7배인 16t, 즉 큰 트럭 1대분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뿜어내는 셈이다.

G8, 제1 과제로 ‘기후대처’ 설정

10일 폐막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는 2020년까지의 기온증가 목표를 2도로 잡았다. 선진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를 1990년 대비 80% 줄이고, 전 지구적으로 5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한국의 연료사용 증가율은 연평균 3∼6%로 15년 이내 3억 t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향후 41년 동안 1년 연료 총사용량을 1억4000만 t 이하로 줄여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미국은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 시절에 온실가스 증가와 기후변화에 소극적으로 임했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유엔이 설정한 금세기 최대의 과제인 기후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긍정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이번 G8 정상회의에서도 온실기체 저감과 기후변화를 둔화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을 23억 t에서 16억 t 이하로 줄여야 한다.

온실기체와 대기오염의 배출을 줄이려면, 석유와 석탄을 덜 쓰는 방법으로 난방과 냉방을 덜하고, 자동차 엔진의 효율을 현재보다 3∼5배 높이며, 녹색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과 활용을 꾀해야 한다. 독일은 이런 방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 대표적인 대체에너지로는 무궁무진한 태양에너지, 풍력발전, 조력발전, 수소와 전기자동차, 원자력발전을 들 수 있다. 필자는 지난봄, 3kW짜리 태양발전기를 설치해 전기료를 매달 6만 원 이상 줄이고 있다. 태양발전기 설치비는 750만 원으로 정부의 보조를 받았다. 호주에서는 국민이 20만 원만 지출하면 주택에 태양발전 시설을 설치해 준다.

중국 서북사막의 우루무치 서쪽으로 가보면 풍력발전기 900여 대가 협곡의 센 바람을 이용해 늘 가동되고 있다. 20여 년 전부터 바람에너지를 활용했는데 우리는 대관령과 해안에 100개 정도가 있을 뿐이므로 신생에너지 개발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우리 해안의 경우 밀물과 썰물의 차가 매우 크다고 하지만 아직도 조력발전기 1대를 가동해 전기를 생산하지 못할 정도다. 대체에너지 개발과 활용에 관한 한 휴식 중이거나 동면 중이라고 할 만하다.

대체에너지 개발-활용 서둘러야

기후변화와 온실기체 문제를 여러 부처에서 다루면서 관련 사업에 매년 2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지만 대부분은 하수처리 시설과 하천 정비 사업에 쓰일 뿐, 기후변화와 관련한 직접적인 투자는 극히 적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년간 미국과 공동으로 정밀 관측하는 태안반도 해안의 세계적인 온실기체 농도 변화와 추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유엔과 G8 정상회의는 온실가스 저감과 기후변화 대처를 제1 과제로 설정하고 기후변화를 둔화시키려 한다. 한국도 G8 국가의 움직임에 발맞춰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극해의 얼음과 고산 위의 빙하가 눈에 띄게 녹아내리고 있다. 게릴라성 폭우와 예년보다 점점 빨리 다가오는 폭염은 기후변화가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 등의 불임을 잘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현황을 잘 파악하고, 우리가 할 일을 하나씩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에 기여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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