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부동산기웃거리는 핫머니,재앙전주곡 만들라

  • 입력 2009년 7월 7일 02시 56분


핫머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8조 위안의 상반기 은행대출금 중 최소 15% 이상이 이미 주식과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고, 그 돈은 상하이 증시와 부동산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한때 중국자산시장을 좌지우지했던 ‘원저우(溫州) 투기단’이 다시 출몰하면서 상하이와 베이징, 선전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니켈이나 주석과 같은 희귀광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과거 신장 지역의 면화를 몽땅 매집하면서 면화파동을 주도했던 투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핫머니가 준동하는 것이 본토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홍콩은 정도가 훨씬 심하다. 홍콩 금융당국이 달러 페그 환율 유지를 위해 2570억 홍콩달러를 시장에 공급한 데다 경기부양을 위한 초저금리 정책과 168억 홍콩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자금이 교차 투입되면서 그야말로 돈의 홍수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자금의 홍수가 실물경제와 엇박자가 난다는 점이다. 홍콩은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7.8%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허브를 지향하면서 지나치게 비중이 커진 금융 산업의 영향으로 이번 경제위기 때도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콩 당국의 인위적 환율방어와 중국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외국의 핫머니가 몰려들면서 홍콩 주식시장은 최근 두 달간 급등했다. 그야말로 돈을 바탕으로 한 금융투기의 전형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감행하고 있지만 정작 그 돈은 설비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막대한 법인세 감세 혜택을 입은 대기업들이 곳곳에서 초고층 빌딩을 신축한다는 소식은 들리지만 해당 기업들이 설비 확장에 나섰거나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다는 뉴스는 어디에도 없다. 이런 현상은 돈의 움직임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증권시장의 고객예탁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빠른 속도로 들어가는 조짐이 보인다. 연초 증권시장의 급등은 회사채 등 기업의 신용발행 시장이 회복을 이끌었고 대대적 증자 등으로 기업이 자본구조를 안정화하면서 선순환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 핫머니에 의한 부동산 투기의 재연은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아시아 신흥시장과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다. 과거에 들어왔던 핫머니가 여전히 경제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지방은행 수신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핫머니로 인한 부실대출이 지방은행 도산사태를 몰고 왔다. 지나친 소비율과 자산투자 열풍 때문에 고객들이 예금을 하지 않자 지방은행들은 메릴린치 등의 금융사에서 핫머니를 끌어들였고 이들이 요구하는 금리를 주기 위해 고위험 대출을 감행했다. 그 결과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 지방은행 부실은 계속되며 상반기에만 무려 52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다.

한국도 미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핫머니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할 때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중국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이 1997년 거품붕괴 당시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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