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체력 약한 경제 ‘호흡기’ 떼는 건 천천히

  • 입력 2009년 6월 27일 03시 00분


우리는 흔히 ‘경기가 바닥을 쳤다’라고 쉽게 말하지만 그 안에는 적지 않은 경우의 수가 숨어있다. 천천히 회복되는 경기가 있는가 하면 날쌘 회복이 있고, 회복은 회복이되 그 수준이 직전 호황에 비해 턱없이 약한 회복이 있는가 하면 과거 호(好)시절을 뛰어넘는 슈퍼 회복도 있다.

요즘의 혼돈스러운 경제 뉴스는 경기를 바라보는 이러한 견해차에서 나온 듯싶다. 지난주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9%로 낮춰 잡아 지구촌 증시에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더니, 이틀 후에는 이를 반박이라도 하듯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오랜만에 30개 회원국의 경제전망치를 상향 조정해 대조를 이뤘다. 하기야 요즘 한쪽에서는 경기부양책의 좌판을 슬슬 걷어치워야 한다는 출구전략이 논의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도 위기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통화를 환수하고 부양책을 거두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견해가 팽배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경제에 대해 더 진중한 입장에 서있는 쪽은 오히려 정부다. 주요국 관료들도 연일 ‘향후 경기상황에 대해 아직 잘 모를 일이며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는 일관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아직 경기회복의 구체적 증거가 미흡하고 당장 도달한 경기회복 수준이 아직 낮은 이유도 있겠지만, 경기 정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지 누구보다도 정부 당국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호스를 떼어냈을 때 민간 자율의 힘만으로 호흡하고 바로 뜀박질하기에는 아직 경제체력이 허약하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자들과 연구기관들은 이번 사태가 대공황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장기 침체의 논리를 소리 높여 펼쳤다. 물론 아직도 소신파 비관론자들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했다는 데 뜻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간 인류는 수많은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도 미래를 제대로 짚지 못했으며, 특히 계곡과 정상 등 경기 변곡점에서는 그 예측의 오류가 더욱 컸다. 더욱이 이번에는 그 위기의 근원이 세계 불균형과 금융시스템의 깊은 모순에 있고 그것이 세계에 파급된 상황일진대 어찌 한 치의 오류도 없이 예측이 적중할 수 있겠는가. 물론 경제예측을 모두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미세한 숫자 차이를 두고 경기를 논쟁하거나 미래를 단정하는 방식보다는, 상황 전개에 맞춰 유연하게 전망을 수정하고 단순 수치보다는 큰 추세를 읽어 현실에 필요한 것을 간파하는 자세가 더 유익하다는 생각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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