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건]상무 단계 축소, 한국체육 어떡하라고…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8분


체육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주 국방부가 ‘국방개혁 2020 기본계획’에 따라 국군체육부대(상무)를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26일 청와대에 보고한 뒤 곧바로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며 “알려진 내용에서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25일 말했다.

현재 상무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25개 종목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는 2012년까지 이를 11개 종목으로 줄인 뒤 2014년에 육상 수영 태권도 사격 바이애슬론 등 5개 종목만 남겨둘 계획이다. 20개 종목의 팀이 사라진다.

국방개혁기본계획은 10년 뒤를 내다 본 청사진이다. 첨단무기 체계를 확보하는 동시에 군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하자는 취지다. 군단과 사단 등 전투부대 수를 줄여가는 판에 비전투부대인 상무의 재편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무를 그저 하나의 비전투부대로 여기기에는 그 역할이 너무 크다. 상무는 한국 엘리트 체육을 지탱해 온 동아줄이자, 입대 연령을 맞은 선수들에게 생명수다. 운동선수에게 2년 남짓한 기간의 운동 중단은 사실상 은퇴를 의미하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체육계의 병역 비리 재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1984년 출범한 상무는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아시아경기에서만 금 51, 은 55, 동메달 63개를 땄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현역 윤재영(탁구)의 동메달을 포함해 상무 출신이 금 2, 동메달 3개를 따냈다. 프로야구 선수 이종욱 손시헌(이상 두산) 박석민(삼성) 박정권(SK) 박병호(LG) 등은 상무가 있어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25일 현재 상무의 인력은 선수 392명을 포함해 600명 정도다. 지난해 상무의 예산은 약 66억 원이었다. 전체 국방예산 26조 원의 0.025%가 상무에 배정된 것. 이 같은 예산 배정이 그렇게 비효율적인 것인지 궁금하다.

한국야구위원회 이상일 운영본부장은 “상무의 존속 여부는 야구뿐 아니라 한국 체육의 생존 문제다. 내달 2일 프로스포츠 4개 단체 실무 책임자가 모여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 안도현 씨는 ‘너에게 묻는다’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고 물었다. 상무는 그동안 힘든 상황에서도 국민에게 뜨거운 감동과 희망을 안겨줬다. 조금만 더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대할 것을 당부한다.

이승건 스포츠레저부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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