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인’ 박경신 교수의 兵籍과 행적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미국 변호사인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38)는 좌파 시민단체의 주요 직책을 맡아 이념 투쟁의 선봉에 섰다. 그는 창조한국당 추천을 받아 올해 3∼6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디어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국회가 미디어관계법 개정과 관련해 국민적 논의기구로 구성한 미디어위는 오늘 활동을 종료한다. 그런데 미디어위의 활동 종료 직전에 박 교수가 한국계 미국인임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미디어위의 다른 위원들은 “기구 이름에 ‘국민’이라는 말까지 넣었는데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이 위원으로 활동했다니 어처구니없다”고 반발했다. 박 교수는 2001년 웹진 ‘퍼슨 웹’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생활을 하다) 조국에 오려고 했더니 미국 국적이 없으면 군대 가야 한다네요. 어쩔 수 없이 땄습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병역기피를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했음을 시인한 발언이다.

미디어위는 어느 모로 보나 그가 낄 자리가 아니었다. 가수 유승준은 2002년 미국 국적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로 입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박 씨는 자신을 미디어위 위원으로 추천한 창조한국당 측에 미국 국적임을 밝혔으며 ‘미디어위가 단순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어 참여했다고 밝혔지만 이쪽저쪽 말이 달라 혼란스럽다.

미디어위 활동을 놓고 한나라당 추천 위원들은 단순 자문기구로 보는 반면, 박 교수를 비롯한 야당 추천 위원들은 ‘여론 수렴을 통한 사실상의 합의기구’라고 주장하며 여론 조사를 하자고 맞서다 판을 깼다. 그는 19일자 한겨레신문 기고에서도 미디어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주장했다. 미국 국적자이지만 단순 자문기구이기 때문에 참여했다던 말과 실제 행동은 이렇게 다르다.

그는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의 불법적인 광고주 압박에 대해 ‘정당한 소비자 운동’이라고 강변했다. 메이저신문 광고주를 위협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를 내도록 하는 행위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반하며 소비자 주권운동과도 거리가 멀다. 그는 11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해 촛불집회 때 언소주 회원에게 유죄판결을 내렸던 이림 서울중앙지법 판사에 대해 ‘신영철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친히 이 판사에게 배당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판사는 ‘컴퓨터에 의해 무작위 추첨으로 배당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가사회에 대한 비판은 스스로 국민의 의무를 다한 뒤에 가능하다. 박 교수는 한국의 민감한 국내 문제에 개입하기에는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우리는 본다. 한국사회가 주는 온갖 혜택을 받으면서 교묘하게 의무를 피해가는 사람들이 판을 친다면 묵묵히 국민 된 도리를 다하는 민초들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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