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실물 살린 뒤 탈출전략 짜는 게 순서

  • 입력 2009년 6월 24일 02시 59분


물가와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이제 풀어놓은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여야 한다는 탈출전략(exit strategy) 논의가 무성하다. 사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시간의 문제일 뿐 대규모로 방출된 자금이 언젠가 경제와 금융시장의 부메랑이 될 것은 당연하다. 이를 반영해서 금리는 국가 구분 없이 저점 대비 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공급된 자금이 금융기관을 통해 산업자본으로 움직이지 않는 점이 우려된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만 돈이 몰리면 세계 경제에는 또 한 번의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조금씩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옳다.

그러나 지난해 발생한 글로벌 위기에 대한 평가가 ‘전대미문의 위기’, 혹은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위기’로 정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학으로만 현재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과거의 경제위기와 현재의 차이점은 경제 주체의 부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국가의 재정 상태도 가장 취약하다. 세계 경제의 기반이 되는 달러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에서 상당수 국가가 통화 스와프로 외환시장을 지탱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학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경기는 회복 추세이지만 회복 속도는 과거 위기 탈출 국면에 비해 매우 완만하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과잉 유동성이 유발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일부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예측하기도 한다. 반면 산업생산과 같은 실물경기 선행지표들의 반등 속도는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선진국의 산업생산과 물가만 보면 디플레이션 상태에 가깝다. 세계은행의 내년도 성장률 하향 전망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우려다. 또한 2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탈출전략에 대한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탈출전략을 논의하기에는 다소 일러 보인다. 향후 발행될 대규모 국채를 원활히 소화하고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할 수 있을 정도의 내성을 갖춘 뒤 유동성을 회수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저축을 늘려 빚을 갚고 있다. 소비가 늘어 물가가 오르기 어려운 구조다.

환자의 치료에는 단계가 있다. 우선은 호흡기와 순환계를 안정시킨 뒤에 병의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기력이 약한 상태에서 근본적 치료나 비상 처방의 후유증 치료를 서두르면 중대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한계를 인지한 금융시장은 금리와 주가의 조정세가 확연하다. 현상에 앞서가는 주가와 금리는 올 하반기(6∼12월) 경제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 될 듯하다. 금융시장은 여전히 경기가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데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홍성국 대우증권 홀세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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