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신종플루’ 신고 미룬 서울大병원의 특권의식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몇 번의 번복 끝에 서울대병원의 30대 여의사 A 씨가 신종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A 씨가 자연치유됐다는 걸 보면 이 바이러스의 위력이 크지 않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해프닝의 뒷맛은 개운치 않다.

A 씨에게 콧물과 인후통의 증상이 나타난 것은 10일. 병원 측은 A 씨의 검체를 채취해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병원 측은 혹시나 해서 A 씨를 집에서 쉬도록 했다. 12일 A 씨는 증상이 심해지자 병원 측에 추가 검사를 요청했다.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을 확인하기 위해 리얼타임 역전사 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검사를 했다. 양성이 나왔고 서울대병원은 보건당국에 신고했다.

찜찜한 것은 이 대목이다. 서울대병원은 보건당국이 아니다.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이 의심되는 직원이 있다면 현행 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즉각 보건당국에 신고했어야 했다. 병원 측이 “기본 증상인 37.8도 이상의 고열이 나타나지 않아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점을 보면 이 법규를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러나 이 해명은 석연찮다. 국내 첫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인 50대 수녀도 처음에는 미열에서 시작했다. A 씨는 입국 전 신종 인플루엔자가 유행했던 미국 뉴욕에 머물렀다. 마땅히 이런 역학적 연관성을 따져봤어야 옳다. 병원 측이 감염을 의심하지 않았다면서 신속항원검사와 RT-PCR검사를 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서울대병원이 보건당국에 진작 신고를 하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것을 염려해 쉬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A 씨도 의사로서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자에게는 감염이 의심되면 보건당국에 즉시 신고하라고 종용한 의사가 정작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원에 검사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보건당국에 자진신고를 했어야 옳다.

이번 해프닝을 바라보며 서울대병원의 ‘특권의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최고의 병원이며 의사라는 우월감이 법을 무시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다른 대형 병원이라고 자체 검사 능력이 없어 검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상식을 따를 뿐이다.

A 씨는 감염된 채로 짧은 시간 환자와 접촉했다. 다행히 추가 감염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국내 최고 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고열이 없어 신고하지 않았다’는 면피성 해명보다 특권의식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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