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4월엔 미루고 5월엔 놀고 6월엔 또 싸우나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국회법은 국회의 상시 운영을 위해 정기국회 기간(9월 1일부터 100일간)과 정기국회 앞뒤 월(月)인 8월, 12월을 제외한 매 짝수 월 1일에 임시국회를 개회토록 규정하고 있다. 적어도 2월, 4월, 6월엔 1일부터 30일간 국회 문을 여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그런데도 여야는 6월 국회를 언제 열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자녀들이 학기 중에 등교를 할지 말지를 놓고 티격태격한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민주당이 국회 개원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과 연계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요구하면서 “한나라당이 해답을 제시해야 6월 국회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당(公黨)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조차 망각하고 망자(亡者)를 끌어들여 한바탕 ‘정치 굿’을 하겠다는 의도인가.

민주당이 국회를 생산적인 정치와 입법의 장(場)이 아니라, 소모적인 싸움터로 만든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작년엔 18대 국회 임기 개시 후 무려 81일간 촛불시위에 편승해 아예 등원 자체를 거부했다. 작년 12월부터 올 1월까지는 이른바 쟁점법안 처리를 막으려고 폭력으로 의회민주주의를 짓밟았다. 2월과 4월 국회 때는 지연 전술로 한나라당의 핵심 법안 처리를 저지했다. 그리고 이번엔 우리 사회 일각의 애도 분위기에 편승해 ‘곁불 쬐기’ 정치에 나섰다.

6월 국회에서 여야가 처리하기로 합의한 4건의 미디어 관계법안은 미디어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선진화, 경제 살리기를 위해서도 더 미룰 수 없다. 7월부터 예상되는 비정규직 해고 대란을 막자면 비정규직법도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금융규제 완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안 처리도 한시가 급하다.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정치권의 노력도 긴요하다.

여야는 민생경제와 국가안보를 외면한 채 4월엔 입법을 미루고, 5월엔 놀고, 6월엔 또 싸우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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