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정미]정부 학자금, 한도-상환기간 늘리자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경기침체로 고용과 소득이 줄어들면서 생계 여건이 크게 악화되는 가운데 치솟는 대학 등록금은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사립대가 714만 원, 국공립대는 421만 원이다. 1년 전에 비해 사립대는 6.1%, 국공립대는 8.6%나 인상된 수준으로 물가상승률, 가계소득 및 장학금이나 학비보조금의 상승률을 크게 상회한다. 고액의 등록금 외에도 대학 교육을 위해 필수로 소요되는 학비 생활비 사교육비를 합하면 대학 교육비용은 평균 1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 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등록금 교재비 등의 학비와 교통비 식비 등의 생활비, 취업 및 진로 준비 관련 사교육비로 1인당 연간 988만 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가계 평균소득이 1분위(하위 10%) 1019만 원, 2분위(하위 20%) 1020만∼1722만 원이라는 점에서 볼 때 1000만 원에 육박하는 대학 교육비는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이다. 소득 1분위 또는 2분위에 속하는 학생이 전체 대학생의 13.9%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경제적 이유로 저소득층 학생의 대학 교육 기회가 크게 제약받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과중한 학자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무상장학금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고, 그동안 전문대에만 지급하던 근로장학금을 4년제 대학까지 늘리며 소득 1분위 또는 2분위의 학생에게는 무이자로 학자금을 대출토록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의 대학 교육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상 장학금의 지원 규모 및 지원 대상, 학자금의 대출 기간 및 대출 한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무상 장학금 지원 규모의 영세성이다.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전 학년 학기당 200만 원 안팎의 무상 장학금을 지원하지만 이는 국공립대의 평균 등록금 수준에도 못 미치므로 대학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실질적으로 충당하도록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 둘째, 무상 장학금 지원 대상의 형평성이다. 기초생활수급자(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자)와 마찬가지로 차상위 계층(최저생계비의 120% 미만)도 학비 조달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지급 대상을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하되 이들의 소득 수준을 4, 5단계로 세분하여 차등지급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자금 대출 기간의 전공계열 반영이다. 대학의 인문 사회 자연계열은 다른 계열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낮아 학자금 대출의 상환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므로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상환기간(거치기간 10년, 상환기간 10년)을 더 연장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넷째, 학자금 대출 한도의 충분성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 계층에게 학자금 대출이자를 전액 지원하지만 재학기간 4000만 원의 학자금 대출 한도액은 저소득층 학생이 대학 교육 실제 경비를 충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충분치 않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대학 교육에 필요한 실제 경비를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ARRA·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에 서명했다. 이 법안에는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무상 장학금기금(170억 달러)과 등록금 세제혜택기금(138억 달러)에 관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 경제위기일수록 교육 기회의 공평한 배분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미국의 행보를 눈여겨볼 때이다.

이정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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