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수삼]건설은 환경파괴 산업이 아니다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건설기술이 자연을 파괴하고 성장지상주의의 앞잡이인 듯이 폄훼하는 발언이 자주 나오면서 토목기술을 전공하는 학자로서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하기 이를 데 없다. 건설인 사이에는 울분을 토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건설 산업은 토목 건축 플랜트 전기기계설비 등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여 도시 도로 철도 교량 항만 수자원 주택 통신 등 인간의 삶의 터전을 제공하는 서비스산업이다. 인류가 보유한 가장 오래된 기술이면서 인류가 존속하는 동안 영원히 함께할 기술이다. 인류의 삶을 우주 또는 달세계로 확장하면 건설기술은 거기까지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인간이 생존하려면 집과 여러 인프라가 있어야 하는데 이들이 어우러진 공간을 우리는 도시라고 부른다. 국토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도시와 국토를 삶의 공간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산과 하천과 바다를 다스려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 가장 오랫동안 연구한 분야가 토목을 비롯한 건설기술이다. 그래서 역사에는 치산치수에 능한 국가지도자나 한 시대의 역사성을 문명사적으로 평가하면서 미래를 조망한다.

건설기술은 인류를 위해 자연을 변형시키거나 치유하는 데 동서양에 따라 사용방법이나 발달과정이 다른 부분이 있다. 동양에서는 자연에 순응하고 생태환경을 존중하면서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사용하는 과정을 통해 진화했다. 서양에서는 신과 인간을 중심으로 자연을 피조물로 인정하고 자연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또 도전하면서 극복할 대상으로 인식했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인간중심, 이용자중심의 국토 건설이 돼왔음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건설기술인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일에도 심혈을 쏟아왔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단체를 비롯해 일부에서 토건국가론이라는 이상한 용어를 만들어 토목 건축기술이 마치 국가를 해치는 기술인 듯 매도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인류가 보유한 모든 기술은 양면성이 있다. 원자력 통신 자동차 조선 등 모든 기술은 좋은 일을 위해 사용될 때와 나쁜 일에 사용될 때가 있다. 인류를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토건기술이 우리의 자연을 망쳤다거나 경제를 왜곡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사회적으로 이슈화해야 하는 사안과 관련한 용어를 선택함에 있어 좀 더 신중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내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우리 기술을 실현시키는 건설기술과 건설인의 노력을 매도해서는 안 된다.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사패산 터널과 경부고속철도의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비전문가의 무차별적이고 선동적인 토론이 시설의 완성을 늦추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하게 하여 국가 발전을 저해한 바 있다. 최근 서울 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다녀 본 사람은 최소한의 터널 건설 덕분에 환경을 온전히 보존하여 쾌적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모습에 감탄한다. 무분별하고, 전문가를 믿지 않는 수많은 논쟁이 사회의 발전을 저해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언제 어떻게 져야 하는가?

압축 성장을 하면서 절차의 불투명성이 상존하고 일부분에서 시행착오가 있었다 해도 토건국가가 나라를 어지럽게 한다는 논지는 없어져야 한다. 인간이 미래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에서 환경보전을 세기의 주제로 등장시켰다면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고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시설을 건설하는 일은 건설기술인의 몫이다. 50년 전 거의 제로 상태였던 인프라를 오늘과 같이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며 땀을 흘리고 희생했던 건설기술인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 달라고 하면 잘못된 생각인가?

김수삼 한양대 건설교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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