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고 싶은데 나무를 해야 하는 소녀

  • 입력 2009년 5월 2일 02시 57분


탤런트 최정원 씨(오른쪽)가 국제 아동 후원 기구인 플랜코리아를 통해 자매결연을 맺은 무수미 아크테르 양과 함께 땔감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수미 양이 땔감 한 짐을 해서 내다 팔고 받는 돈은 20타카(약 400원)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상 하루도 거를 수 없다. 사진 제공 플랜코리아
탤런트 최정원 씨(오른쪽)가 국제 아동 후원 기구인 플랜코리아를 통해 자매결연을 맺은 무수미 아크테르 양과 함께 땔감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무수미 양이 땔감 한 짐을 해서 내다 팔고 받는 돈은 20타카(약 400원)에 불과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상 하루도 거를 수 없다. 사진 제공 플랜코리아
지난달 27일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알라바자르 구역에 있는 구두공장에서 모하마무드 나시리 군(웃통벗고 있는 아이)이 또래 동료들과 함께 구두를 만들고 있다. 다카=우정열 기자
지난달 27일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의 알라바자르 구역에 있는 구두공장에서 모하마무드 나시리 군(웃통벗고 있는 아이)이 또래 동료들과 함께 구두를 만들고 있다. 다카=우정열 기자
■ 방글라데시 아동노동 현장 르포

지난달 28일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00km가량 떨어진 가지푸르 주의 시리시구리 마을. 방글라데시의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이곳에 사는 무수미 아크테르 양(11)의 하루는 오전 6시면 시작된다. 어머니는 2년 전 사고로 잃고 아버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무수미 양은 6.6m² 남짓한 단칸방에서 여동생 라니 양(10)과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 11세 무수미 양 가족부양 위해 학교 대신 산으로

이부자리 정돈을 마친 무수미 양은 동생과 함께 땔나무를 구하러 바삐 집을 나섰다. 열사병에 안 걸리려면 한낮의 더위를 피해 서둘러 땔나무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수미 양이 맨손으로 땔감 한 짐을 만들어 내다팔아 생기는 돈은 20타카(약 400원) 남짓. 품질 낮은 쌀 1kg(25타카)도 사기 힘들지만 무수미 가족의 주요 수입이기에 무수미 양은 이 일을 거를 수가 없다.

무수미 양의 장래 희망은 학교 선생님이 되는 것.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 속에 그 꿈은 희미해져만 간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학교를 그만둔 무수미 양은 자신의 이름을 겨우 쓸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한 동생 라니 양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무수미 양은 “다시 학교에 가고 싶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그럴 수 없는 처지를 너무 잘 알기에 씁쓸한 미소만 지어보였다.

2007년부터 이 지역에서 아동들을 위한 공부방 운영 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 국제 아동 후원기구인 ‘플랜 인터내셔널’의 방글라데시지부 일꾼 지아 라흐만 씨(32)는 “초등교육이 무상으로 제공된다고는 해도 학용품비나 통학 교통비 등을 부담하기 힘든 빈농이나 도시 빈민 자녀에게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무수미 양의 오빠 파룩 군(15)도 삶이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6학년을 마친 뒤 버스 회사에 조수로 취직한 파룩 군은 호객행위나 세차를 하고 일당으로 150타카(약 3000원)를 번다. 악명 높은 방글라데시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한나절만 일해도 시커먼 매연과 먼지로 콧속이 막혀 버리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오면 만나는 동생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하루빨리 정식 운전사가 될 수 있는 18세가 되고 싶다”는 파룩 군은 그 전에 동생을 돌봐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프거나 돌아가실까봐 걱정이다.

○ 구두공장 11세 견습공 하루 12시간 ‘무임금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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