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기! 생각하기! 도와주세요!…나들이 이산가족 막으려면

  • 입력 2009년 5월 1일 15시 23분


서울 성북구에 사는 전길자 씨는 4살 때 잃어버린 아들을 36년째 찾고 있다. 1978년 봄 도넛을 사먹고 오겠다며 100원 짜리 동전을 들고 밖으로 놀러나간 아들은 그 길로 사라졌다. 전씨는 매년 음력 2월 9일 아들의 생일상을 차린다. 갑상선암과 위암으로 수술을 받을 때도 아들의 찾는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 씨는 최근 성북구청의 도움으로 아들을 찾는 전단을 전국 지자체에 발송했다.

해마다 나들이가 많아지는 봄철이면 미아 발생 건수도 늘어난다. 전 씨의 사례처럼 미아가 발생한 가정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 모임(이하 전미찾모) 나주봉 대표에 따르면 미아가 발생한 가정 상당수가 이혼과 자살 등 해체 위기를 겪는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 긴 연휴를 시작하며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미아 발생에 대비한 예방법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도움말 전미찾모, 어린이재단)

● 자녀와 함께 다니고, 자녀를 혼자 있게 하지 않기

자녀를 혼자 집이나 놀이터에 둬서는 안 된다. 아이를 집에 혼자 두면 아이는 부모를 찾으러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부모나 보호자의 감독 없이 11세 미만의 아동을 혼자 두는 것을 '방임'으로 규정하고 법으로 규제하는 국가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미아 발생의 상당수가 집 근처에서 놀다 없어진 경우라고 한다.

● 위급상황 시 대처방법을 알려주고 충분히 연습 시킨다

아이에게 이름과 나이, 주소, 전화번호, 부모 이름 등을 기억하도록 반복하여 가르쳐야 한다. 아이가 당황하면 평소 알고 있는 내용도 잊어버리기 쉬우므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적으로 연습시켜야 한다.

이 때는 '연극'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쇼핑몰이나 공원 등에서 길을 잃을 경우를 가정하고 아이에게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주위 어른들이나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연습 시킨다. 아이가 전화할 수 있다면 근처 공중전화나 가게에 들어가 부모에게 전화를 하거나 182 혹은 112에 신고하도록 가르친다.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실종예방 3단계 구호 "멈추기! 생각하기! 도와주세요!" 만이라도 외우도록 한다.

● 미아예방용품을 적극 활용한다

아이가 너무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엔 항상 연락처가 적힌 목걸이, 팔찌, 이름표 등 미아예방용품을 착용하게 한다. 이 때 아이들의 이름과 인적정보는 옷 안쪽이나 신발 밑창 등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새겨주는 것이 좋다. 밖으로 노출되면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목걸이 팔찌의 경우 은이나 금 등 귀금속 보다 의료용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이 좋다. 최근에는 각 통신사 별로 아이의 위치를 추적하게 해주는 휴대전화 서비스도 많이 나와 있다. 한달에 약 1만 원 대의 요금을 내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자녀에 관한 정보를 기억해 둔다

자녀의 키, 몸무게, 생년월일, 신체특징, 버릇 등 상세한 정보를 알아두는 것은 미아 발생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매일매일 자녀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 기억해두고, 아이의 인적사항을 적어 둔 카드를 집에 비치해 둔다.

● 최소한 6개월 단위로 자녀의 사진을 찍어 둔다

미아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아이들의 사진이다 가능한 정기적으로 아이 사진을 찍어 보관하도록 한다. 전신사진 뿐 아니라 측면 앞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두는 것도 좋다.

● 모르는 사람은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고 자주 얘기해준다

구체적으로 '엄마의 친구인데 엄마에게 데려다주겠다' 혹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 주겠다' 등의 말을 하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절대 따라가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강제로 데려가려 하면 크게 소리 질러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말해준다.

● 아이에게 평소 행선지를 어른들에게 말하도록 가르친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늘 알리도록 가르친다. 부모나 집에 계신 어른들의 허락을 받고 나가도록 한다.

정상적인 미아의 경우라면 이 같은 방법이 상당부분 통한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2008년 실종 아동의 경우 95% 이상이 발견되거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말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아동의 경우다. 전미찾모에 따르면 장애아동이 미아로 신고 되는 일은 늘어나고 있지만 비장애아동보다 사건이 해결되는 비율은 훨씬 낮다고 한다. 미아가 된 장애아동은 경찰에 발견되어도 정신병원이나 요양원 등에 위탁되었다가 시설의 담당자가 바뀌면 수년씩 그곳에 수용된 뒤 사망 후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장애 아동을 포함한 실종자 대책을 세우기 위해 기초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장애인 시설 출입 문제를 비롯해 민감한 문제가 많아 이르면 6월경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7월경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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