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끄러운 대통령史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대한민국 헌정사 60여 년 동안 대통령 9명을 배출했지만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직전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상처를 입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다. 부끄럽게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천문학적인 부정축재를 저질러 교도소에 갔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식과 숱한 측근들을 감옥에 보내야 했다.

우리는 정치 파벌을 이룬 적이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 다를 줄 알았다. “청탁하면 패가망신시키겠다” “특권과 반칙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치던 그마저 어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직접 정치자금을 챙기던 독재 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화 이후까지도 왜 우리는 부끄러운 대통령사(史)를 반복해서 써야 하는가.

일각에서는 제도의 문제를 거론한다. 절대권력은 절대부패할 수밖에 없듯이 권력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서는 청와대 주변에 비리가 깃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할 장치들을 더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부패와 비리는 제도 이전에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하는 사람들의 윤리의식이 부족하면 무슨 소용인가. 총무비서관에 집사(執事)나 친구를 앉히고, 민정비서실에 대통령의 수족을 두고서는 엄격한 공사(公私) 구분으로 칼같이 직분을 수행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그런 자리일수록 공직의식이 투철해 대통령도 어려워하는 사람을 앉혀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여전히 비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제도와 절차만 갖추었지 기본이념을 체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부패는 권력의 사유(私有)의식에서 비롯되는 권력남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권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 대통령사가 오욕의 역사로 점철돼온 것은 역대 대통령들이 대통령 직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자기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고, 정(情)과 연(緣)에 얽혀 있는 사람들은 성공한 최고지도자가 될 수 없다. 우리는 언제쯤이나 부끄럽지 않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당당한 전직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직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사를 새로 쓰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수도자적 자세로 주변을 관리해야 한다. 국민은 퇴임 후 나라의 큰어른으로 사랑받는 대통령을 대망(待望)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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