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부진하면 정책당국자 책임도 물어야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정부는 어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금융기관에 진 빚이 500억 원 이상인 1422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신용위험을 평가한 뒤 C등급(부실징후기업)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시키고 D등급(부실기업)은 퇴출시키기로 했다. 또 45개 그룹에 대한 1차 재무구조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14개 그룹 중 부실 정도가 심한 11개 그룹과 5월 말까지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어 계열사 및 보유자산 매각 등 알맹이 있는 구조조정을 유도할 방침이다.

그동안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한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부진했던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극 개입하는 강도 높은 개혁이 불가피하다. 우리 경제의 ‘잠재적 폭탄’이자 향후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릴 부실기업의 처리 속도를 본격적으로 높여야 한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의 진행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부실책임이 있거나 도덕적 해이에 빠진 기업 경영진에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기업인들은 군살 빼기를 통한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일이다.

최근 경제지표가 다소 개선되는 조짐을 보이자 일각에서 ‘꼭 구조조정을 해야 하느냐’는 안이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을 겨냥해 “옥석(玉石)을 가려 구조조정을 해야 할 기업이 빨리 구조조정이 돼야 건실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위기 이후에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갖고 도약하려면 생존 가능한 기업은 꼭 살리고 도저히 안 되는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 인식이고 바른 방향이다. 이를 구체적 성과로 이어가야 한다. 말만 무성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에 부닥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식으로 끝나면 돈의 흐름이 왜곡돼 경제가 더 엉망이 될 것이다.

정부가 채권단에 맡기고 뒷짐을 지고 있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에 관한 말만 무성해 시장이 혼란만 겪을 우려도 크다. 정부는 개혁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으면 채권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정책당국자들의 책임도 따져야 한다. 대통령부터 결연한 자세와 행동, 그리고 리더십을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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