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中경제, 지표보다 시스템을 봐야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지금까지 경제위기의 무게중심이 미국에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바통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는 ‘월 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금융기관의 신용위기 여파가 ‘메인 스트리트’, 즉 실물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것인가의 문제로 논점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또 이는 곧 ‘중국 경제가 다시 고도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과 같다.

지금 선진국 소비자들은 소비의 여력이 없다. 가처분 소득의 97%를 소비로 지출하는 미국의 경우 가계부채와 증가하는 실업률이 안정된다 하더라도, 당장 실제적인 소비지출을 늘릴 여력은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소비자 처지에서는 자동차를 바꾸거나 가전제품을 사기보다는 모기지론의 담보비율을 낮추거나 리볼빙 카드의 만기결제를 고민하는 것이 당장의 급선무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이 파생금융상품에서 입은 투자 손실은 소비자들에게 직접 영향을 끼치진 않고 있다. 최근 발표된 ‘생산과 소비지표’를 보면 중국 정부의 넉넉한 재정이 실물경기에 상당히 안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심각한 것은 겉으로 나타나는 ‘소비지표’가 아니라 중국의 ‘생산구조’다. 누차 강조한 대로 중국은 과잉 설비투자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나라 중의 하나다. 지난 10년간 중국대륙은 세계의 공장으로 기능했고, 글로벌 기업의 생산설비 이전 장소로 각광받았다. 게다가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산당, 군부에 이르기까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이 경쟁적으로 장치산업에 뛰어들면서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가 많아졌다. 그중 대표적인 부문이 철강, 조선 및 자동차 산업 등이다.

호황기의 가수요에 맞춘 설비는 불황기에 조정돼야 하는 것이 경제학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겉으로는 구조조정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과잉 설비의 유지를 택했다. 실업률에 민감한 탓이다. 중국이 이른바 ‘바오파’, 즉 국내총생산(GDP)의 8% 성장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것이 연간 2000만 명의 신규노동 인력을 소화하기 위한 마지노선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김을 강하게 받는 중국 은행들은 1분기(1∼3월)에만 무려 4조5000억 위안의 신규대출을 늘렸다. 지표상으로 ‘대출증가’는 경기상승을 의미하지만 실제 내용은 심각하다. 이 때문에 한계 기업들이 생존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생산량이 늘었다. 3월 중국의 제조업 부문은 6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을 했다. 하지만 과잉생산으로 재고가 증가하고, 덤핑 판매를 하게 되면, 중국 기업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세계 무역질서의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중국 경제는 경기지표의 계수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 점에서 중국의 최근 지표 호전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물부분 어려움에 대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이는 1분기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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