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민]경기바닥론, 아직 이르다

  • 입력 2009년 4월 21일 02시 56분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실물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사실이라면 마땅히 기뻐해야 할 일이다.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유례없는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보이고 우리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내년도 성장률을 1.5%로 대폭 하향조정했음을 고려해 보면 경기바닥론은 다소 성급한 견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떤 경제학자나 전망모형도 미래 경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을 하나씩 짚어본다면 개략적이나마 앞으로 우리 경제의 방향은 가늠해볼 수 있다.

‘불황형 흑자’ 간과 말아야

먼저 경기침체를 초래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흥시장국의 금융상황 악화 가능성 및 금융기관 부실 확대 우려 등 불안요인이 여전히 잠재한다.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인 미국 주택시장은 일부 지표가 개선됐으나 주택모기지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는 데다 대도시 주택가격은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의 개선도 지난해 말 급락에 대한 단기 반등임에 따라 미국 주택시장은 빨라도 금년 하반기를 지나야 바닥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임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우리 수출 회복에 필수적인 주요국 경제상황을 살펴보자.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대책과 더불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대규모 재정집행 합의에 힘입어 경기침체 속도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MF 전망 등에 따르면 주요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2011년에나 기대할 수 있다. 미국은 주택시장 회복 지연과 더불어 그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악화,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이 수요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35년 만에 최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 이어 수출은 2월 중 사상 최대폭인 49% 감소했다. 유럽도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경기체감지수는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수준이다.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중국은 금년 1분기 성장이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인 6.1%에 그쳤다. 여기에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도 강화돼 수출이 이른 시일 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나 소비 등 국내 여건은 어떨까? 무엇보다 수출과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 한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기는 어렵다. 이는 고용불안 및 구매력 저하로 이어져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근의 무역흑자가 경기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견해도 있으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한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점을 간과한다. 무역수지 흑자가 외환수급에는 긍정적이겠지만 수출 감소는 국내 부가가치 및 고용 악화를, 수입 감소는 투자 감소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제활동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구조조정 등 ‘체질’ 강화를

이처럼 우리 경제가 바닥을 지났다고 자평하기에는 너무 많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잠복하고 있다. 일부 지표의 호전을 전반적인 경제상황의 개선으로 해석하여 구조조정 등 경제기반 강화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해외 여건 변화에 따라 외환 금융시장의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 과거 외환보유액 2000억 달러가 과다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외환보유액을 더 확충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우리 금융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우리는 위기의식을 지니고 경제체력을 굳건히 다지는 데 노력함으로써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서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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