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완규]효율성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잣대’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대로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어떻게 공론화 과정을 거쳐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번영하도록 지방행정체제의 백년대계를 수립하느냐 하는 점이다.

더구나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이은 선거구의 변동이 가져올 표 득실, 당선 가능성 향방에 따라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 등이 거세게 반대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된다.

경제학 측면에서 지방정부의 적정 규모에 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존재한다. 작을수록 바람직하다는 관점(Small is beautiful)은 정부 권역이 작으면 주민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가 용이하다는 면을 부각시킨다. 반면 클수록 바람직하다는 견해는 주로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에 초점을 맞춘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한 요즈음에는 전자의 설득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5일장이 서면 인근 지역의 주민이 모두 모여 필요한 물건을 거래하고, 세상 돌아가는 정보를 교환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전국 어디에 사는 주민도 철에 따라 연평도의 꽃게와 충주의 사과를 구입해 먹을 만큼 물리적 거리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세상이다. 대부분의 공공서비스도 예외가 아니라고 본다. 반면 후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서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에 규모의 경제 현상이 존재하는데 현재의 상태는 아직 최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돼 지방정부 규모의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지방정부를 통폐합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경우 우선 예상할 수 있는 예산 절감 분야는 시장군수 및 시군의회 선거비용의 절감, 의회비 절감, 행사경비의 절감, 공공시설 통합 설치 운영을 통한 절감을 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바로 인근 지역에 공공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이 있는데도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시설을 만들어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중복투자로 엄청난 재원이 낭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하거나 통제할 아무 수단도 방법도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지방행정체제가 개편되면 일부 기존 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거나 매각해 필요한 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온갖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극심한 반대에 부닥칠 것이 명백하다. 반대하는 사람은 겉으로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울지 모르지만 속에는 극심한 이기주의가 도사리고 있지 않은지 모를 일이다. 지금의 지방행정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만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고 지방자치정신을 살릴 수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지방행정체제 개편만이 능사라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통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 모두가 한정된 재원으로 좀 더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으며, 나아가 삶의 질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개인이나 특정 지역의 근시안적 이해관계를 떠나 우리 모두 그리고 후손의 삶을 위해 철저히 검토해 본 후 냉철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이에 대한 대승적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다.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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