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증시 봄바람에 취하지 말고 4월후 내다보길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요즘 급속히 퍼지는 경기 바닥론에 주가도 자금시장도 발걸음이 가볍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호되게 추락하던 경기지표가 자유낙하를 멈추고 반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선행지수 반전이 가장 반길 만한 뉴스이고, 국외에서는 미국의 주택이나 내구재 소비지표 등이 경기에 희망을 주고 있다. 대외 신용지표의 안정과 원화가치 안정, 기업자금 조달여건 호전 등 얼었던 금융시장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하지만 최근의 지표 호전은 아직 한두 달의 개선에 불과해 통계적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경상수지 개선도 수입 급감과 환율의 영향이 커서 수출이 회복돼 본격적으로 수지가 안정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주택경기 또한 최악을 벗어난 듯하지만 재고 비율이 아직 정상 수준의 두 배가 넘어 당장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대외 신용지표가 안정된 것도 해프닝으로 끝난 3월 위기설에 대한 화답일 뿐, 그 자체가 경기회복의 신호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경기추락이 일단 멈춘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그것이 경기회복 자체를 담보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재고가 줄어드는 지표를 보고 곧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지금 세계는 단순 재고 사이클을 넘어 거대 금융부실을 꺼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지금 당장 위기상황을 끝내고 일자리를 늘릴 형편이 못 되는 이유는, 수요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무역이 지난해보다 13% 줄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에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무리 경기부양책을 쏟아 내도 최종 소비국, 즉 선진국의 금융부실 정리가 미진한 상태에서의 글로벌 경기 확장은 맞바람 속의 항해와 같다.

증시 입장에서 끝 모르게 추락하던 경기지표가 일부 진정된 것은 당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꿈을 먹고 사는 주가가 이를 반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가가 강세를 이어 가려면 경기지표 하락의 ‘멈춤 현상’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일 실제 경기가 주가 상승에 부응하지 못하면 주가의 시련과 굴곡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새로운 금융부실 정리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미 자동차회사들의 해법이 드러나는 4월 이후가 글로벌 증시의 전환국면이 될 듯하다.

만일 그때 원화가치가 지금보다 강해지고 주가가 비싸져 있다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지속적으로 국내 주식을 사기 위한 좀 더 강력한 경기 재료가 필요할 것이다. 달러로 표시된 국내주가는 단기에 많이 올라 있는데 미국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쪽에서 좋은 소식이 뒤따르지 못하면, 시장은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부담을 느껴 주가가 오르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김한진 피데스투자자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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