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금 지원받는 車업계 금융계, 경영책임 따져야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거너 회장이 미 정부의 사퇴 요구를 받아들여 물러난다. 8년 재임한 왜거너 회장은 미국자동차노조(UAW)에 끌려다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거너 회장에 이어 다른 자동차업체나 월가의 금융회사 CEO들에게도 퇴진 압박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 정부는 한걸음 더 나가 ‘자구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GM 166억 달러, 크라이슬러 50억 달러 등 추가지원 요청을 거부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영진과 노조 주주 채권자 부품회사 판매대리점 등 모든 당사자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금융의 일부를 경영진 보너스로 써버린 보험회사 AIG와 관련해 ‘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받았던 미 정부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도 노후 자동차 교체 시 세금감면 등 자동차 업계 지원방안을 제시하면서 자구 노력과 노사관계 선진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4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앞둔 노조들은 보란 듯이 거꾸로 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지부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기본급 4.9% 인상과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했다. 해외 공장의 완성차 및 부품 수입금지처럼 경영에 개입하는 요구도 들어 있다. 이런 노조를 설득해야 할 경영진도 절박한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2월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GM대우 경영진도 자구 노력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가 자구 노력이 따르지 않는 자동차 노사에 섣불리 세금으로 지원을 약속할 경우 국민적 비난을 받을 것이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지원할 60조 원 이상의 구조조정 자금도 공적자금 성격을 띠고 있다. 혈세를 지원받는 은행들도 그에 상응하는 자구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실물침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정부가 무절제한 혈세 지원을 해선 안 된다. 지원에 앞서 진지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경영책임을 따져야 하며 그 내용을 국민에게 가감 없이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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