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재테크]유동성 랠리 기대감… 이번엔 박스권 뚫을까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바닥 확신’ 없어 자금유입 머뭇… 추가조정 가능성 커

[Q]올해 초부터 코스피는 1,000∼1,200 선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국채를 매입한다는 소식과 함께 세계적으로 유동성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 같은데, 과연 이번에 박스를 뚫고 코스피가 오를 수 있을까.

[A]미국 증시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증시 상승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씨티그룹을 포함한 미국 금융회사들의 1, 2월 실적이 호전됐다는 소식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고, 최근 발표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경기 하강 속도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의 저점을 당초 2009년 2분기에서 1분기로 변경하고 있다. 경기 저점을 지난 2분기 이후에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 내부의 호재도 코스피 상승세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수지 흑자 소식과 더불어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있다. 수출 기업의 경쟁력이 해외 경쟁 업체에 비해 커지면서 수출 호조에 대한 기대도 되살아나고 있다. 2009년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덜 나빠질 것이라는 확신이 커졌다. 국내 신용 리스크도 줄어 회사채 금리는 빠르게 하락해 AA―등급(3년, 무보증)의 채권 금리는 6% 아래로 떨어졌다.

긍정적인 요인만 보면 증시가 상승할 여건은 충분히 조성됐다. 단기적으로 올해 코스피 고점인 1,229를 상향 돌파하면서 박스를 뚫고 오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200 선 아래로 주가가 조정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증시로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위기는 좋은데 코스피를 1,200 선 위에 안착시킬 만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증시 자금은 코스피 1,000 근처에서는 활발히 유입됐지만 주가가 반등하면서 경계 심리로 인해 소폭 유출됐다. 투신권의 자금여력은 충분치 않고 개인, 외국인의 자금은 시황에 따라 변한다.

외부에는 유동성이 넘치지만 증시로 활발히 자금 유입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아직도 남아 있는 불안감 때문이다. 4월 이후 미국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업 실적이 더 악화되면 금융사 자본 확충 문제뿐 아니라 고용 불안, 소비 침체에 대한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국내 경기 회복 시기가 아직 멀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2분기 성장률이 더 하락하고, 기업이익 또한 2분기까지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가가 경기와 함께 상승한다면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이렇다 할 만한 상승 추세를 만들기 어려운 셈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상향 돌파할 분위기는 무르익었지만 돌파 후 안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투자 전략은 ‘매수’가 될지라도 단기적으로 매매한다면 4월 이후가 좀 더 적당하다.

코스피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증시 외부의 부동 자금이 유입돼야 하고 이 시점에 또 한 번 주가는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다시 한 번 조정을 받게 된다면 투자자들은 더욱 큰 확신을 가지고 주식 매수에 동참해볼 만하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정리=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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