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리포트]입찰의 성공 방정식

  • 입력 2009년 3월 21일 02시 58분


이브의 사과는 유혹
뉴턴의 사과는 중력
입찰의 사과는?

내용없이 화려한 제안서? NO

무조건 낮은 가격 써내기? NO

고객의 ‘2% 숨은 욕구’ 콕 집어내기? YES

‘입찰에서 성공하려면 제안서 잘 쓰고 가격 낮추면 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 간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은 제안서를 화려하게 만들고 낮은 가격을 제시하며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면 입찰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객의 숨은 욕구를 찾아내고 체계적인 입찰·제안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고 충고한다. 불황 극복을 위한 입찰·제안 성공 비결을 다룬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0호(4월 1일자) 스페셜 리포트의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 고객의 숨은 욕구 이해해야 성공

제안서를 잘 써야 입찰에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당연한 것 같지만 이는 사실을 왜곡한 측면이 있다. 완벽한 제안서를 제출했더라도 입찰에서 성공할 확률은 52%에 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여기서 완벽한 제안서란 고객들의 제안 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에 기재된 모든 요구 조건을 100% 충족시킨 것을 의미한다. 완벽한 제안서의 성공률이 절반 수준에 머무는 이유는 고객들의 숨은 욕구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보통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제안요청서에 정확히 담지 못한다. 예를 들어 건물을 지을 때 예산, 완공 기간, 디자인, 품질 중 무엇이 중요한지 정확히 파악해서 제안요청서를 만드는 고객은 거의 없다. 고객들이 제안 요청서에서 말하고 있는 요구 사항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때로는 사실이 아닐 수도, 비논리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고객들의 숨은 욕구를 이해하는 기업이 입찰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고객사와 거래 경험이 있는 기존 업체의 입찰 성공률이 80%에 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고객과 자주 만나고 함께 일하며 숨은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면 아무리 화려한 제안서를 만들어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화려한 제안서를 만들어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 영업 담당자도 많다. 그러나 제안서의 치장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화려한 제안서보다는 읽기 편하고 평가하기 쉬우며 고객의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가격만 낮추면 입찰 경쟁에서 성공한다고 믿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실제 특정 업종에서는 가격 하나만을 놓고 경쟁이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군납 정유업체는 타사 제품을 납품하기도 한다. 이처럼 상품 차별화가 안 되는 시장에서는 가격이 유일한 경쟁요소다.

그러나 상품과 서비스가 차별화된 시장에서는 가격만 믿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만약 A사는 10억 원을 투자해 20억 원의 이익을 얻는 제안을 했고, B사는 11억 원을 투자해 25억 원을 얻는 안을 제시했다면 어떤 회사를 택하겠는가. 모두가 B사를 낙점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격 대비 효용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제안을 할 때에는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비용 대비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 선택적 입찰 참여로 역량 집중해야

많은 기업이 더 자주 입찰에 참여할수록 수주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제안 성공률은 항상 같다는 가정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가정은 사실과 다르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입찰에 많이 참여할수록 성과는 떨어지고 그럴수록 관리자들은 더 많은 입찰에 참여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반대로 입찰에 선택적으로 응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에 훨씬 더 역량을 집중할 수 있어 성과가 높아진다.

입찰·제안과 관련한 독자적인 프로세스도 수립해야 한다. ‘솔루션 셀링 전략’의 저자 키스 이즈는 미국 내에서 제안 영업을 하는 기업의 90%가 내부에 세일즈 표준 프로세스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단지 문서화된 프로세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출액이 15%나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리엔지니어링의 창시자 마이클 해머 박사는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바보 같은 업무 프로세스에서는 바보같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제안서 작성 능력을 가진 직원이 있다고 해서 입찰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하다. 프로세스가 없는 기업이라면 당장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모든 직원이 따라하기 쉬운 단순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쉽게 알아야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아진다.

또 고객이 제안요청서를 발행하기 이전 단계에서 고객과의 관계 수립에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고객이 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난 후에는 입찰에 참여한 후보자들에게 정보를 공평하게 분해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숨은 욕구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고객의 진짜 요구사항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제안요청서 발행 전 단계에서 고객과의 관계 수립과 영업기회 창출을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입찰·제안 전문 컨설팅사 시플리가 24개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찰 성공률이 80∼90%에 달하는 고(高)성과 기업들은 입찰제안서 발송 이전 단계에서의 영업비용 지출액이 전체의 65%나 됐다. 반면 입찰 성공률이 20%대로 매우 저조한 기업들은 입찰제안서 발송 이전의 비용 지출액이 15∼20%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김용기 쉬플리코리아 대표

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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