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윤]환자 눈높이 맞춘 병원 정보를

  • 입력 2009년 3월 11일 03시 00분


우리는 외식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맛집 정보를 찾는 정보화 시대에 산다. 하지만 외식보다 훨씬 중요한, 자신의 건강을 좌우할 병원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좀처럼 찾기 어렵다. 의료서비스 질과 가격에 대한 정보 없이 병원을 선택하는 일은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의 쇼핑과 같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좋은 물건을 고를 수 없듯이 병원 정보 없이 좋은 병원을 선택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정부가 병원 정보를 인터넷에 적극적으로 공개하겠다는 정책을 천명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병원 정보를 공개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향상되고 의료시장은 더욱 효율화된다. 질이 높고 진료비가 저렴한 병원을 환자가 선택하기 때문이다. 병원은 실질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진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실제로 심장수술환자의 사망률을 의사별로 공개한 미국 뉴욕 주의 사망률은 다른 주보다 3분의 1 이상 낮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정부와 민간단체가 다양한 병원 정보를 공개했다. 병원 의료서비스의 질과 가격에 대한 정보공개는 전 세계적인 대세이다. 하지만 병원 정보를 무작정 공개한다고 해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긍정적 효과를 최대화하는 반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매우 정교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첫째, 국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의료기관 평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급여 평가 등 병원 정보 공개제도가 여러 가지 있지만 국민이 막상 아플 때 병원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적어도 암, 심뇌혈관 질환과 같은 주요 입원질환,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주요 외래질환에 대한 정보를 국민이 손쉽게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의료인 눈높이가 아니라 환자 눈높이에 맞춰 공개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병원 정보 공개는 사망률과 같은 전문적인 영역에 집중됐다. 하지만 가벼운 병으로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친절하고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 선생님과 깨끗한 병원에 대한 정보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퇴원환자, 응급실 이용환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인 만족도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셋째,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최근 주유소별 휘발유 판매가격 인터넷 공개에서 부정확한 정보로 국민의 불신과 빈축을 산 경험이 있는 정부이다. 의료는 전문성과 복잡성이 매우 높아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정확한 평가결과가 공개될 경우 환자-의사의 신뢰관계 악화, 병원의 억울한 재정적 피해와 정부의 신뢰도 추락으로 병원 정보 공개제도의 기반은 크게 훼손된다.

넷째, 병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병원 평가제도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병원은 이미 ‘평가 피로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의료기관 평가, 건강보험의 적정성 평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 시달리는 마당에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병원 정보 공개제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니 병원의 처지에서 보면 평가받다가 날 새겠다, 환자 진료는 언제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게 생겼다. 병원에 과중한 부담을 주는 평가의 난립과 중복을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평가하는 통합평가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가 천명한 병원 정보 공개가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고 의료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기존 병원 평가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생뚱맞은 정책이라는 핀잔을 받을 것이다.

김윤 서울대 교수 의료관리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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