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정부와 외신의 갭은 팩트 아닌 관점에 있다

  • 입력 2009년 3월 10일 02시 57분


외신들의 ‘한국 때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로 시작해서, 2008년 한국 위기설을 집중 제기했던 파이낸셜타임스가 가세하고, 이번에는 월스트리트저널까지 동조함으로써 이른바 영국 언론의 ‘오해’ 또는 ‘몰이해’로 몰고 가려던 정부의 비공식 입장을 궁색하게 만들고 말았다.

외신이 제기한 위기설의 핵심은 ‘유동성 미스매치’다. 그들은 한국이 보유한 총자산 대비 부채가 문제가 아니라, 당장 빚을 갚을 현금이 적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의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3% 수준으로 낮으며, 특히 20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90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스와프 자금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반론에서 “지난해 말 현재 은행권 외채 1717억 달러 중에도 외국계 은행 지점들의 채무가 723억 달러여서 실제 국내 은행의 작년 말 대외채무는 994억 달러로 외환보유액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학자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돋보이는 합리성 도덕성 성실성 등으로 지난해 9월 위기설 국면에서도 시장의 의구심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말을 신뢰하는 국내 시장 참가자들에게 이런 해명과 설득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하리라 기대된다.

그럼에도 외신의 의구심은 쉽게 가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독자란에 한국 정부의 반론을 실은 이코노미스트의 태도 역시 그렇다.

동일한 통계수치를 두고 외신과 정부의 입장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사실(fact)이 아닌 관점(aspect)의 차이가 있고, 그 차이로 인해 견해(view)까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외채의 만기연장만 해도 그렇다. 외신은 ‘장기외채가 단기외채로 전환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우리는 ‘연장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또 재정 건전성 역시 정부 부채의 범위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난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통계수치 같은 ‘팩트’를 설득시키는 게 아니라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관점’이나 ‘견해’를 좁히는 것이다.

거기에 한 가지 더, 한국처럼 작은 규모의 경제가 지나치게 열려 있는 것도 위기의 한 원인이라면 당장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일정 부분 ‘문을 좁히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