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vs사장님]20代에 취업 대신 창업 전선 뛰어든 젊은이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3000만원으로 청소업 시작 vs 외식 브랜드 창업에 2억7000만원 투자

성공비법은 젊은 패기 + 청춘 감각

청소대행 김승욱 - 민제헌 씨

지난해 9월 무점포 청소대행업체인 ‘크리니트’ 사업을 시작한 김승욱 씨(26)는 휴학생 신분이다. 경북 경주지역 대학을 다니다 입대해 지난해 2월 제대한 김 씨는 복학 대신 창업을 택했다. 군 생활 도중 매스컴을 통해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장미족(장기간 미취업족)’ 등 청년 실업을 다룬 자조 섞인 단어를 접하면서 취업에는 회의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같은 학교 친구인 민제헌 씨(26)와 의기투합해 동업을 하기로 하고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큰 관건은 창업자금 마련. 김 씨는 민 씨와 함께 맥줏집 서빙, 주차 도우미, 단순 노무직 등 각종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6개월 만에 3000만 원을 손에 쥐었다.

부모님은 처음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해도 늦지 않다”며 반대했지만 스스로 창업자금까지 마련한 김 씨의 설득에 결국 허락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뜻은 창업에 있었기 때문에 틈틈이 창업 정보를 수집했다. 신문과 인터넷이 주요 정보창구였다. 그래서 찾은 것이 무점포로 창업할 수 있는 청소대행업. 모아둔 자금 3000만 원 범위에서 창업이 가능했다.

처음 들어간 돈은 전문 청소장비 구입비 700만 원과 본사 가맹비 600만 원, 본사에 낸 영업지원비 1000만 원이다. 중고차 구입에 400만 원을 쓰는 등 운영비를 모두 합해 3000만 원이 들었다. 영업지원비는 본사가 연간 3500만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명목이다. 본사가 영업을 전담하고 가맹점주는 일만 하면 되는 구조다.

현재 이들은 본사 지원으로 울산에서 5개 정도의 고정 매장을 확보해 월 3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와 별개로 독자적인 영업을 통해 월 100만 원 안팎의 매출을 더했다.

김 씨는 “전단지와 안내책자를 들고 사무실이나 매장을 방문해 고객이 돼 달라고 설득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젊음을 믿고 무조건 부닥쳤다”고 설명했다. 노동력이 주가 되는 일이어서 청소 재료비나 관리비 비중은 크게 높지 않다.

김 씨는 “45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리면 수입은 400만 원 가까이 된다”며 “친구와 함께 규모 있는 건물의 종합청소관리를 하는 것이 1년 뒤의 목표”라고 말했다.

샌드위치 카페 운영 이형준 씨

이형준 씨(31)는 샌드위치카페 ‘퀴즈노스 서브’ 매장 두 곳을 운영하고 있는 청년 사업가다. 잠시 직장생활을 하던 그는 어학연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이 씨는 “당초 쉽게 생각했던 창업이었지만 막상 해보니 모르고 시작한 것이 많았다”며 “스스로 부닥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어학연수 시절 기업가를 꿈꾸며 창업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 창업 계기. 그 시절 좋아해 눈여겨봤던 브랜드의 샌드위치카페를 열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창업의 문을 두드렸다. 젊은 감각과도 맞겠다는 판단을 했다.

비교적 형편이 넉넉한 가정 출신인 그는 부모님께 지원받은 돈과 스스로 모은 돈을 합쳐 처음부터 꽤 많은 돈을 투자해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2007년 9월 서울 이화여대 근처에 첫 점포를 열었다. 번화가여서 43m²(약 13평)의 점포를 얻는 데만 1억5000만 원이 들었고 1억2000여 만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하지만 이른바 ‘목 좋은’ 상권이어서 “장사는 알아서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당초 예상은 빗나갔다. 최고의 상권답게 이 지역은 유명 브랜드의 전쟁터였다. 유명 외식 브랜드와 유사 업종이 20여 개나 있었다. 투자 금액에 비해 매출이 높지 않았다.

그는 ‘단골 확보’로 활로를 뚫기로 했다. 본사에 요청해 샌드위치를 3번 구입하면 다음에는 사이즈를 업그레이드해 주거나 커피 10잔에 1잔을 서비스하는 마일리지 쿠폰을 만들었다. 주인 혼자 운영하는 인근 옷가게를 상대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첫 매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지난해 4월 인천공항에 13m² 규모의 키오스크형 매장을 냈다. 요즘은 3, 4일 주기로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매장 관리에 힘쓰고 있다. 매출은 바쁜 출입국 여행객이 많은 인천공항점이 더 나온다. 이화여대점의 월 매출은 2800만 원, 인천공항점 월 매출은 5500만 원 선이다. 두 점포를 합해 순이익은 1700만 원 정도.

이 씨는 “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달래주는 일, 처음부터 원가 관리와 채용 등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책임감이 늘었다”며 “직장생활로는 얻지 못했을 정신적인 성숙과 보람을 창업으로 얻게 됐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전문가 한마디

무점포 청소대행업을 시작한 김승욱, 민제헌 씨나 샌드위치카페 창업을 한 이형준 씨는 범위는 다르지만 ‘가능한 창업자금의 범위’ 내에서 창업했다. 이들 모두 일정기간 준비하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창업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동 창업한 김 씨와 민 씨는 6개월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창업자금을 모았고 이 씨는 어학연수 시절 즐기던 익숙한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젊음을 활용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 씨와 민 씨는 아직은 부족한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젊은이답게 발로뛰며 방문하는 영업을 했다. 이 씨도 본인과 비슷한 또래 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비슷한 나이의 종업원과 잘 어울려 조직 관리에 성공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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