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환율 안정, 결국 한국 펀더멘털에 달렸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요즘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환율이다. 어쩌다 보니 전 국민이 환율에 따라 울고 웃는 기막힌 처지가 됐다. 주가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하락하고 내리면 상승한다. 금리도 환율 변동에 따라 진폭이 커진다.

특히 이번 외환 파동은 12년 전 외환위기와는 달리 가계 부분까지 피해가 막대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 사이 해외로 나가는 유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해외 펀드 투자 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환 헤지가 사상 최대로 증가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또 적지 않은 자영업자가 싼 금리의 매력에 빠져 엔화를 차입했다가 졸지에 두 배로 늘어난 원금 상환에 험한 꼴을 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환율이 정신을 놓은 것처럼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근본적으로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이 원인이다. 작년 초만 하더라도 한국인들은 소득에 걸맞지 않게 일본에 가서 골프를 하고 스시도 먹었다. 또 기업이나 개인 모두 일방적으로 원화 강세에 베팅해 시장의 괘씸죄에 걸린 셈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초기 수출 드라이브를 위한 고환율 정책도 한몫 거들었다. 게다가 금융위기 속에서 한국 정부나 한국 경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그만큼 추락한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환율이 이 정도까지 폭등하는 것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지나침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 이미 곳곳에서 원화가 형편없이 싸게 평가되고 있다. 달러로 계산한 국내 주가는 최고치 대비 30%까지 떨어졌다. 일본이나 중국 쇼핑객이 국내 상품을 싹쓸이하고 수출업체는 달러 표시 수출이 격감해도 원화 표시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고 있다.

환율은 장기적으로 그 나라 경제의 펀더멘털과 비례한다. 그런데 요즘 한국과 비교했을 때 형편이 좋은 나라는 별로 없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통화를 찍어 내고 있다. 아무리 기축통화의 프리미엄이 있다고 하더라도 많이 풀리면 통화 가치는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분간 방법이 없다. 수출이 늘어나 외환보유액이 더 쌓이고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지금 외환시장의 동요는 끝날 것이다. 10년 사이 벌써 두 번이나 외환으로 온 국민이 생고생을 했는데 ‘삼세판’이라고 10년 뒤에 또 같은 꼴을 당할까 봐 걱정이다. 시장의 기억력은 너무 짧기 때문이다. 제발 오늘의 악몽을 잊지 말기를 바랄 따름이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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