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감독들의 무덤 오리온스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중장년층에게는 ‘삼위일체’라는 영어 교재에 대한 추억이 있다.

독해, 문법, 작문을 고르게 익힐 수 있다고 해서 한때 베스트셀러였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흔히 구단, 코칭스태프, 선수의 3박자가 잘 맞아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한 프로농구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9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진 오리온스 김상식 감독이 2일 갑자기 물러났다.

지난 시즌 26경기 만에 이충희 감독이 중도 하차한 데 이어 2년 연속 사령탑이 시즌 중 교체됐다. 이 감독은 2010년 5월까지 사인했으니 김 감독은 전임 감독의 계약 기간도 못 채운 셈이다.

오리온스는 예전에도 두 차례 시즌 중에 감독을 바꿔 물의를 빚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감독 선임을 두고 구단에서 책임지는 인사는 없다.

내년까지 계약한 김 감독은 “스스로 그만뒀다”고 말했다. 구단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쪽의 갈등이 깊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오리온스는 전통적으로 구단의 입김이 강했다. 선수단에 대한 간섭이 심해 전술과 선수 교체, 숙소 생활 등에까지 개입하면서 ‘오리온스 고교’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해 12월 한 코치가 마찰 끝에 팀을 떠났다. 이 팀 출신의 한 감독은 “거죽만 감독이지 간 쓸개 다 내놓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장수 사령탑이 버티고 있는 동부(전창진)와 모비스(유재학)는 장기적으로 선수를 육성한 데 힘입어 줄곧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구단의 지원이 각별한 KCC도 8연패의 충격에서 벗어나 포스트시즌 안정권에 들었다.

용병 두 명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퇴출된 SK는 오리온스 출신 김진 감독과 프런트, 선수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마음을 뭉쳐 6강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불협화음 속에 빛을 잃은 오리온스. 잦은 감독 교체만이 능사는 아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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