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부는 外信에 경제실상 설득할 능력도 없나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일부 외국 언론이 다시 ‘한국경제 때리기’에 나섰다. 한국의 외채위기 가능성을 거론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보도가 대표적이다. 동유럽 금융위기와 미국 상업은행의 국유화, 글로벌 경기위축이라는 악재 속에서 나온 이런 보도는 국내 시장(市場)에 악영향을 미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외신(外信)은 전에도 몇 차례 그랬듯이 실상을 과장 왜곡해 위기설을 부추기고 있다. 인터넷루머 수준의 내용을 확대재생산하거나, 편파적인 취재원에게 의존해 객관성이 떨어진다. 한국 사정에 비교적 밝은 일본의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미국의 블룸버그와 다우존스통신, 영국의 로이터통신 등의 정확하고 차분한 보도와도 큰 차이가 난다.

외신 보도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정확한 보도는 시장, 특히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고, ‘셀 코리아’를 부추긴다. 그런데도 정부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늘 뒷북이나 친다. 잘못된 보도로 시장이 출렁거린 뒤에야 반박자료를 내놓는 수준이다.

‘적임자가 없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외신담당 대변인은 1년째 공석(空席)이고, 청와대에도 외신담당 부대변인이 있지만 그 역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각자 이미지 관리에나 신경 쓰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정부의 문제점이 외신 대응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어제 “시의적절하게 우리의 경제상황을 외신에 제대로 홍보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한마디로 안 될 일이 될까.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도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 언론의 과장 왜곡 보도 때문에 시장과 정부가 피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은데 그동안은 뭘 했나.

인터넷 등을 통해 위기설을 과장하는 국내 일부 세력도 각성해야 한다. 냉철하고 객관적인 경제 인식과는 거리가 먼 내용일수록 외신에 잘 인용된다. 정부를 괴롭히려고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삶이 걸린 경제 문제를 함부로 다루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정파적 이득을 얻을 일이 따로 있지, 어떻게 민생경제를 가지고 그런 장난을 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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