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장강명]‘KS 장례식장’ ‘KS 결혼식장’을 기다리며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빈소와 접객실, 안치실, 염습실이 적절히 배치돼 운영·관리되고 있는가? 시신 관리를 위생적으로 하고 있는가? 고객 불만처리 창구는 운영하고 있는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과 한국표준협회가 최근 마련한 ‘장례식장 서비스 KS인증 심사기준’ 초안 중 일부다.

두 기관 관계자들은 지난달 이 초안을 들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등 전국 장례식장 세 곳을 돌며 과연 이 기준이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를 시험했다. 일종의 ‘파일럿 테스트’였다.

시험 결과 이 초안을 적용하는 데 별 무리가 없다는 게 두 기관의 판단이어서 올해 중에 장례식장에 대해 KS인증제가 실시되면 조만간 ‘KS인증 장례식장’ 1호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KS인증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그러나 지금까지 KS인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업은 콜센터와 건물 시설관리 등 2개 업종뿐이다. 다른 업종에 대해서는 심사기준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콜센터의 경우 상담원이 전화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 첫 통화에서 상담이 해결되는 비율 등이 KS인증 기준이다.

한국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한국 서비스업 전반의 ‘품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한국생산성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나타났다.

실제 결혼을 준비하거나 이사를 하다가 일부 악의적인 업체에 걸려 화를 삭인 경험이 누구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이사나 결혼, 장례처럼 자주 있는 일이 아니고 한번 계약하고 나면 업체 변경이 어려운 업종일수록 악덕 상혼이 활개를 치기 쉽다. KS인증이 소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다.

기술표준원과 표준협회는 장례식장에 이어 앞으로 애프터서비스, 차량 수리 등의 분야로도 KS인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표준협회 관계자는 “KS인증이 제조업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것처럼 서비스업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S인증 장례식장’에 이어 ‘KS인증 예식장’, ‘KS인증 택배업체’도 나오길 기대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인에 대해서도 선거 전에 누군가가 인증 서비스를 해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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