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전화를 하는 옆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시비를 하고 있어 무심코 들어보니 사연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채무자는 곧 갚을 테니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5일이 지나서 채권자가 왜 아직도 돈을 갚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채무자가 며칠 기다려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다투는 전화였다. 며칠간이라는 표현 대신에 ‘10일 안에’와 같이 수학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 다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유산 상속 문제로 형제간에 다투는 사례가 흔히 있다. 예를 들어 세 형제가 부모의 유산인 집 토지 가게 자동차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려 한다고 하자. 이들 물건의 개수가 사람 수와 다르며 값도 각각 다르고 두 형제 또는 세 형제가 같은 물건을 선호하기도 해서 유산을 모두가 만족하게 나누기는 쉽지 않아 형제간에 반목하며 법정까지 가는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 이와 같은 문제도 간단한 수학을 이용한 ‘공평한 분배’ 방법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학적 사고가 실생활에 활용된 예는 무수히 많이 있다. 수학에 논리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한 탈레스는 간단한 비례식을 이용하여 지팡이 하나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해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면서 물속에서 몸이 가벼워진다는 상식적인 관찰로부터 물질이 다르면 공기 중에서의 무게는 같아도 물속에서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적 사고를 하여 당시 임금의 금관 속에 불순물이 들어있음을 알아냈다.
위의 사례를 통하여 수학적 사고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 사고란 쉽게 말하면 어떤 사상에 대한 판단을 할 때 혼돈이나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객관적인 사실과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적 사고는 명확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하는 사고이며,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 지식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사고이다. 수학적 사고는 일상생활의 일부이다. 우리 모두 수학적 사고로 생각하고 대화하여 모순과 갈등이 없고 모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대해 보자.
강옥기 성균관대 교수 대한수학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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