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옥기]수학적 사고가 사회갈등 줄인다

  • 입력 2009년 3월 2일 03시 00분


뉴스를 보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국민을 내세워 상반된 주장을 하며 다투는 경우가 있다. 정당이 말하는 국민이라는 집단은 분명 한 집단인데 어떻게 해서 저런 모순의 주장이 나올 수 있는지 의아해진다.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오해나 불신 없이 대화하고 일을 처리하려면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과학 경제 예능 정치 등 사회 전반에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예능과 정치에도 수학적 사고가 필요하다. 수학적 사고란 무엇일까. 결코 어렵지 않다. 수학적 사고는 수학자나 과학자만이 하는 사고가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사고이며 우리 모두가 사용해야 할 사고이다. 다음의 예를 생각해 보자.

지하철에서 전화를 하는 옆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며 시비를 하고 있어 무심코 들어보니 사연은 다음과 같다.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고 채무자는 곧 갚을 테니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5일이 지나서 채권자가 왜 아직도 돈을 갚지 않느냐고 추궁하자 채무자가 며칠 기다려 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며 다투는 전화였다. 며칠간이라는 표현 대신에 ‘10일 안에’와 같이 수학적인 표현을 사용했다면 다툼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부모의 유산 상속 문제로 형제간에 다투는 사례가 흔히 있다. 예를 들어 세 형제가 부모의 유산인 집 토지 가게 자동차를 공평하게 나누어 가지려 한다고 하자. 이들 물건의 개수가 사람 수와 다르며 값도 각각 다르고 두 형제 또는 세 형제가 같은 물건을 선호하기도 해서 유산을 모두가 만족하게 나누기는 쉽지 않아 형제간에 반목하며 법정까지 가는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 이와 같은 문제도 간단한 수학을 이용한 ‘공평한 분배’ 방법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수학적 사고가 실생활에 활용된 예는 무수히 많이 있다. 수학에 논리체계를 처음으로 도입한 탈레스는 간단한 비례식을 이용하여 지팡이 하나로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해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을 하면서 물속에서 몸이 가벼워진다는 상식적인 관찰로부터 물질이 다르면 공기 중에서의 무게는 같아도 물속에서의 무게는 달라질 수 있다는 논리적 사고를 하여 당시 임금의 금관 속에 불순물이 들어있음을 알아냈다.

위의 사례를 통하여 수학적 사고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 사고란 쉽게 말하면 어떤 사상에 대한 판단을 할 때 혼돈이나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객관적인 사실과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수학적 사고는 명확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하는 사고이며, 여러 가지 문제를 수학적 지식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사고이다. 수학적 사고는 일상생활의 일부이다. 우리 모두 수학적 사고로 생각하고 대화하여 모순과 갈등이 없고 모든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기를 기대해 보자.

강옥기 성균관대 교수 대한수학교육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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