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 초임 삭감 넘어 전체 임금체계 손질을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공기업과 국책 및 시중은행에 이어 30대 그룹이 신입사원 초임을 최고 28%까지 삭감해 아낀 돈으로 채용을 늘리겠다고 어제 밝혔다. 삼성은 대졸초임을 10∼15% 깎고,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대졸초임을 20%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작년 대졸초임이 2000만 원 이상인 116개 공공기관에 대해 초임을 차등 삭감하도록 권고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국내 기업 대졸초임은 월 198만 원으로 일본(162만 원), 대만(83만 원)에 비해 훨씬 높다. 금융업은 대졸초임이 일본에 비해 50% 높지만 생산성은 낮다. 국내 40개 증권사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14개 외국계 증권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생산성이나 국민소득에 비해 과도한 초임은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구직자의 기대 수준을 높여 청년실업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다만 신입사원에게 고통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 302개 공공기관 직원의 작년 평균 연봉은 5340만 원으로 일반 근로자 평균 연봉 3220만 원보다 66% 많았다. 현대자동차 종업원은 1인당 연간 생산대수가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절반도 안 되면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현재 임금 수준이 과도하다면 조정해야 맞다.

대기업은 이번 기회에 임금체계의 ‘거품’을 과감히 빼야만 한다. 정부와 기업이 긴박한 현실을 잘 알면서도 노조와의 갈등을 꺼려 초임 삭감 정도로 타협하려 든다면 위기 극복이 어려울 것이다. KB금융지주는 부점장 이상 간부의 급여 5%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굳이 노조와 합의가 필요 없는 방안을 택한 것이다. 어제 전경련은 노사 협상을 거쳐야 하는 기존 직원의 임금에 대해서는 ‘조정’한다고만 했다. 기업의 생사가 달린 경제위기 상황에서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노조이기주의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실물 침체 타격이 우리보다 심한 미국에서는 자동차 3사가 노조 없는 외국계 기업 수준으로 인건비를 낮추기로 했다. 도요타자동차는 감원과 실질적인 임금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대졸초임 삭감 방안을 즉각 거부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외국처럼 해고대란이 닥치기 전에 임금 조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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